블랙리스트 연루 인사 반대 시위 등 개막식 어수선... 옥에 티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을 찾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대형 출판사 위주의 대형 부스가 많았는데, 올해는 독립출판이나 해외 도서 부스도 생기는 등 구성이 다양해져서 좋아요. " (주부 이혜원씨)
국내 최대의 책 축제인 '제65회 서울국제도서전'이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전면 해제된 후 열리는 첫 행사인 만큼 출판업계와 책을 사랑하는 독서 대중의 발걸음으로 행사장은 첫날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라는 주제로 열리는 올해 도서전에는 36개국 530개사가 참여해 전시와 부대행사, 강연 및 세미나 등 170여 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불평등, 환경, 소외 등의 문제를 책을 통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다. 주빈국은 아랍에미리트(UAE)의 토후국 중 하나인 샤르자. 샤르자의 출판 관계자들은 도서전 기간 동안 북토크와 도서 전시, 공연 등을 통해 아랍의 문화를 소개한다. 퓰리처상 수상작 '동조자'의 저자 비엣 타인 응우옌과 '작은 땅의 야수들'의 저자인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김주혜, 사회학자인 니콜라이 슐츠 등이 참여하는 행사 등도 열릴 예정이다.
도서전 한쪽에는 주제에 대해 독자들이 새롭게 사유할 수 있도록 '비인간의 행위'에 주목한 600권의 도서와 함께 전시가 설치되어 있는데, 관객은 문장함에서 비인간의 행위와 관련한 '한 문장'을 뽑아 책을 고를 수 있다. 올해 처음 도서전을 방문했다는 김영아(25)씨는 "부스에서 문구를 뽑아서 책을 읽는 경험을 하면서 도서전 주제인 '비인간'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연 인기를 모은 곳은 국내 최초로 마련된 '슬램덩크 단독관'. 오로지 유명 농구 애니메이션 슬램덩크만을 위해 마련된 부스에는 개장 전부터 팬들이 운집해 흡사 백화점 '오픈런'을 방불케 했다. 총 세 가지 버전의 슬램덩크 단행본을 판매하는 부스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 단행본을 구매하면 특별 제작된 캐릭터 일러스트 티켓이나 포스터를 굿즈로 선물한다. 오로지 슬램덩크만을 위해 도서전을 방문해 캐릭터 일러스트 티켓을 받았다는 김혜인(23)씨는 "굿즈를 받기 위해 오랫동안 줄을 서서 구매했지만 슬램덩크 외에도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아서 놀랐다"며 "가뿐한 마음으로 다른 부스를 구경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막식 직전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으로 있으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을 받는 오정희 소설가가 도서전의 '얼굴'인 홍보대사로 위촉된 데에 항의하는 문화예술단체의 기습시위가 열려 개막식 행사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작가회의, 문화연대 등 문화예술계 단체들은 이날 현장 기자회견에서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자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의 실행자"라며 "이러한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대한민국 문학과 도서출판을 대표하는 국제행사의 홍보대사로 선택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 경호를 위해 파견된 경호 관계자와 행사장에 진입하려는 문화예술단체 회원들이 뒤엉키면서 행사장 밖에서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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