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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불가해한 사랑을 글로 담는다는 건

입력
2023.06.16 07: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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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크라우스 장편소설 '사랑의 역사'

편집자주

치열한 경쟁을 버텨내는 청년들에게 문학도 하나의 쉼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작품 중 빛나는 하나를 골라내기란 어렵지요. 소설집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으로 제55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송지현 작가가 청년들의 '자연스러운 독서 자세 추구'를 지지하는 마음을 담아 <한국일보>를 통해 책을 추천합니다.

사랑의 역사·니콜 크라우스 지음·민은영 옮김·문학동네 발행·380쪽·1만4,000원

'사랑의 역사'에 대한 얘기를 쓸 거라고 했을 때 친구들은 모두 같은 반응이었다. “쉽게 쓰겠다. 너 그 책 정말 좋아하잖아.” 나 또한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의 역사'는 내가 몇 번이고 다시 읽은, 정말이지 사랑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몇 번이나 다시 고쳐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다시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사랑은 불가해하여 결국 글로는 담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 아닌가 하는.

'사랑의 역사'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설인 '사랑의 역사'를 둘러싼 이야기다. 80대 노인 레오 거스키가 쓴 '사랑의 역사'는 사랑에 의해 쓰였으며 사랑을 따라 움직이고 사랑에 의해 변화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유일한 사랑을 위해, 누군가는 사랑을 얻기 위해, 누군가는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누군가는 존재했는지조차 몰랐던 사랑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쫓는다.(혹시나 스포일러가 될까 구체적인 줄거리를 적었다가 지웠다)

줄거리를 적고 보니 더 암울해진다. 나는 이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영원히 담지 못할 것 같다. 인간의 한계는 언어의 한계와 같이한다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사랑을 말하려고 사랑 외의 것들을 늘어놓고, 영원을 알고 싶어서 영원이 아닌 모든 것들을 생각하지 않던가.

잠깐. 그런데 이 모습이야말로 소설을 닮은 것이 아닐까? 언어로는 도저히 전달할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든 전해보려고, 소설이라는 긴 이야기를 읽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 외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게티이미지뱅크

*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대학교 때였다. 학교 과제였고 여느 과제들처럼 하루 전날 급히 책을 샀다. 두께가 만만치 않은 책을 펼치며, 아마 다 못 읽겠지, 그냥 수업에 가지 말까, 이런저런 궁리를 했고, 책을 덮을 때쯤엔 눈물 콧물을 짜내고 있었다. 수업에 가서도 책 내용을 되새기다 너무 울어버려서 친구들도 당황했다. 교수님은 우는 나를 달래주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한번 생각해 봐요.”

라고 말했다.

수업은 끝났고 '사랑의 역사'는 책장에서 몇 번이고 다시 꺼내졌다.

이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이젠 울진 않게 되었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들이 모두 사랑이라는 핵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정도를 이제는 어렴풋이 알 수 있다. 나를 움직이는 핵, 그러니까 어떤 본질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리고 본질이 영원히 불가해할 사랑이라면…… 인간이란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 것일까?

*

'사랑의 역사'는 사랑에 관한 소설이기도 하지만 텍스트에 관한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랑의 역사'와 우리가 실제로 읽게 될 '사랑의 역사'는 결말을 같이한다. 소설 속 '사랑의 역사'는 소설 내에서 여러 언어로 번역되는데 우리에게 도착한 '사랑의 역사'는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그러니까 텍스트의 텍스트의 텍스트……. 그만하자. 사랑은 불가해하고 언어는 언제나 본질을 피해야만 정확해지곤 하니까.

송지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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