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후쿠시마 오염수' 등 현안 관련 野 의원과 설전
'尹 정부 국정과제 실현 어렵다' 위기에...관련 자료 '열공'
한덕수 국무총리가 달라졌다. 과거 국회에 답변자로 나설 때면 말을 흐리며 얼버무리곤 했다. 엉뚱한 발언으로 '식물 총리'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하지만 이제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질의에 적극 응수하고 있다. 오히려 야당 의원을 향해 훈계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될 정도였다.
한 총리는 대정부질문 첫날인 12일 바뀐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를 마셔도 된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한 총리는 "완전히 과학적으로 처리가 된 거라면, 세계보건기구(WHO) 음용 기준 1만 베크렐(㏃)에 맞다면 마실 수 있다"고 거침없이 답했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 눈치만 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무조건 좋다고 한다는 건 괴담"이라고 적극 맞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과 설전이 오갔지만 피하지 않았다.
13일에는 한발 더 나아가 '강공모드'로 전환했다. 한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 건전성' 기조 유지 방침을 비판하는 어기구 민주당 의원을 향해 "한국전력의 적자가 어디에서 온 거냐. 국제 가스요금이 10배씩 오를 때 단 한 번도 요금 인상을 하지 않은 정부가, 바로 우리 의원님의 정부"라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직격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막으라는 것은 문재인 정부와 반대되는 조치'라는 말에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공부를 더 하시라"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앞서 4월 대정부질문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해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해 9월에는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 문제 등을 "신문 보고 알았다"고 답해 '신문 총리'라는 오명을 썼다. 이에 한 총리의 업무 장악력과 의지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랬던 한 총리가 왜 공세적으로 바뀌었을까. '여소야대' 구도에서 민주당에 밀리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실현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초반에는 야당과의 협치 차원에서 충돌을 피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민주당 주도의 국회 운영에 발목 잡힐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적극 방어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으로 해석된다. 실제 한 총리가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이틀간 200쪽에 달하는 관련 자료를 수차례 정독하며 '열공(열심히 공부)'했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여당 반응은 우호적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 총리의 '후쿠시마 오염수 음용' 관련 발언에 대해 "기준에 맞으면 마실 수 있다는 발언이고, 다른 의도는 없다"며 "그 정도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