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개봉 '플래시' 재미 감동 안겨
마블에 뒤처지던 DC가 내놓은 성취
에즈라 밀러 연기 재능 빛을 발해
마블스튜디오에 맞선 DC스튜디오의 중흥은 가능한가. 14일 개봉하는 영화 ‘플래시’는 해답은 아닐지라도 문제를 풀어낼 단초가 될 듯하다. ‘플래시’는 라이벌이라는 수식이 민망할 정도로 마블에 뒤처졌던 DC가 역습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슈퍼히어로 플래시(에즈라 밀러)가 스크린 중심에 선다. 그는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전기를 발산하고, 물체를 통과할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배고프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게 약점. 일상에서는 소심한 청년이다. 마음이 있는 여자에게 쉬 말을 걸지 못하고, 카페에서 주문조차 제대로 못한다. 그는 마음에 큰 상처가 있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살해됐고, 아버지는 살인 누명을 썼다. 그는 자신의 초능력으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알아챈다. 옛일을 바로잡으면 자신의 아픔까지 지울 수 있을까.
영화는 종종 경쾌하고 유쾌하며 간혹 슬프다. 내성적인 플래시가 뒤틀린 시공간 속에서 장난스러운 또 다른 플래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웃음을 부른다. 플래시는 크립톤행성(슈퍼맨의 출생지)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의 지구 침공을 접하게 되면서 예기치 않은 모험을 하게 되고, 이는 여러 볼거리를 빚어낸다. 플래시와 어머니의 애틋한 사연이 눈시울을 뜨겁게 하기도 한다. 여러 배트맨과 슈퍼맨을 볼 수 있는 재미까지 더해진다. 영화는 상영시간 144분 동안 여러 요소들을 능숙하게 이어 붙이며 즐거움을 안긴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다중우주(멀티버스)라는 소재를 결합해 내는 이야기 구성이 꽤 설득력 있다. “그 상처 덕분에 우리가 있는 거야”라는 브루스 웨인(벤 애플렉)의 대사가 영화의 메시지를 응축하기도 한다.
DC는 슈퍼맨(헨리 캐빌)이 주인공인 ‘맨 오브 스틸’(2013)을 시작으로 마블 따라잡기에 나섰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ㆍ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 마블 캐릭터들로 구축한 세계)에 대적할 DC확장유니버스(DCEUㆍ슈퍼맨, 배트맨 등 DC 캐릭터들로 구축한 세계)를 제대로 만들어내는 데도 실패했다. ‘플래시’는 10년 동안 이어진 시행착오 끝에 나온 드문 성과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DC는 지난해 제임스 건(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연출) 감독을 수장으로 영입한 후 캐릭터들과 이야기들을 재정비하고 있다. 건 감독은 DC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와 드라마 ‘피스메이커’(2022)를 연출해 호평을 이끌어내며 ‘DC의 구원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플래시’는 새 출발선에 선 DC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공포 영화 ‘그것’ 시리즈로 눈길을 끈 앤디 무시에티 감독이 ‘플래시’의 연출을 맡았다. 상반된 성격의 두 플래시를 소화해 낸 에즈라 밀러의 연기는 발군이다. 밀러는 폭행 사건 등 최근 여러 구설에 연루돼 ‘플래시’ 속편 출연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무시에티 감독은 자신이 연출을 계속한다면 밀러를 계속 기용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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