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성착취 밝혀지자 목숨 끊은 엡스타인
"은행이 묵인해 미성년 성매매 굴지속" 소송
JP모건·도이체방크 등 은행들, 피해자에 배상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생전에 유린한 성착취 피해자들에게 약 3,700억 원의 합의금을 지불한다. JP모건은 성범죄의 직접 가해자가 아니며 2019년 자살한 엡스타인은 은행 고객이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JP모건이 거액을 물기로 한 이유는 뭘까.
JP모건, '미성년자 성착취망' 운영 억만장자 '연대 책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JP모건이 엡스타인의 피해자들에게 2억9,000만 달러(약 3,741억 원)를 주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성착취 민사 사건 합의금 중 역대 최고액으로 법원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엡스타인은 월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로 '괴물'이라 불렸다. 2008년 그가 최소 36명의 미성년자에게 성행위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흐지부지됐다. 그는 2건의 성매매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고 징역 13개월에 처해지는 데 그쳤다.
솜방망이 처벌의 대가는 컸다. 11년 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20여 명을 그의 집으로 불러 회당 수백 달러를 주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다시 기소됐다. 재수사 중 그의 집에선 미성년 여성들의 나체 사진 수천 장이 나왔다. 엡스타인은 2019년 재판을 기다리던 중 감옥에서 자살했으나 그의 성착취 사례는 계속 쏟아져 나왔다. 확인된 피해자만 1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 범죄 사실 알고도 계좌 거래 독려...조력 행위"
엡스타인의 피해자들은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지 않도록 용도를 파악해야 하는 은행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지난해 JP모건에 집단 민사소송을 걸었다. 엡스타인은 1998년부터 JP모건 계좌 50여 개를 트고 수억 달러를 굴렸는데, 그의 계좌에서 미성년자들에게 돈이 송금되는 것을 알면서도 JP모건이 거물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르는 척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었다. JP모건과 엡스타인이 '공생관계'였다는 것이다.
JP모건은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인지한 2013년 거래를 즉시 중단했다고 주장했지만 거짓말로 밝혀졌다. 2006년 JP모건은 그를 '고위험 고객'으로 지정했으나 자금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다. 첫 유죄 판결이 난 2008년엔 은행 간부가 수감 중인 엡스타인을 면회하며 챙겼고, 2013년엔 대출 승인을 갱신했다. 2014년 이후에도 엡스타인 담당 직원을 두고 특별관리했다.
결국 JP모건의 합의금 지급 결정은 성범죄 방조에 대한 연대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원고 측 맥콜리 변호사는 WSJ에 “금융기관이 고객의 성매매를 인지하고 중단시킬 책무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엡스타인이 이용한 독일 은행 도이체방크도 피해자들에게 약 960억 원을 주기로 지난달 합의했다. 도이체방크는 엡스타인의 거래 내역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며 미 뉴욕주 금융서비스국으로부터 벌금 1,930억 원을 부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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