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김옥선 개인전, 8월 13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사진가 김옥선(56)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서로 다른 문화권의 여성과 남성이 결합한 가족을 촬영해 왔다. 한국인 여성은 사진기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눈빛으로 건네고 외국인 남성은 일상생활을 하듯 먼 곳을 바라보는 ‘해피 투게더(2000~2004년, 2023년)’가 잘 알려진 작품. 그가 이번에는 한국 내 이주여성들을 사진에 담았다. 김옥선의 신작 ‘신부들, 사라’(2023년)가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평평한 것들’에서 관람객들을 만난다.
작가가 지난 20년간 밟아온 행적을 시기별로 구분하지 않고 전시장 곳곳에 뒤섞어 배치했다. 인종과 언어의 차이, 성별의 차이가 없는 세계를 그려왔다는 것을 작품의 배치로도 보여준 것. 한국으로 건너온 이주여성의 사진과 독일에서 찍은 한인 간호사 이주여성의 사진이 한 공간에 놓였다. 전시의 제목이 ‘평평한 것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비중 있게 전시된 작품들은 올해 촬영한 신작 연작인 ‘신부들, 사라’다. 작가는 베트남, 몽골, 중국 등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결혼 이주여성들을 찍었다. 거실 등 실제 생활공간에서 촬영했던 ‘해피 투게더’와 달리 신작은 서울 중구 황학동의 한 사진관에서 촬영됐다. 검은색과 노란색 스튜디오 배경을 등에 지고 선 인물에게는 세 방향에서 조명이 비친다.
이처럼 고전적 촬영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이 작품이 ‘사진 신부’의 오마주이기 때문이다. ‘사진 신부’란 20세기 초 미국 하와이로 결혼 이주했던 조선인 여성들을 말한다. 그들은 먼저 미국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떠나 그곳에서 일하던 조선인 남자들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고 그 사진을 매개로 결혼이 이뤄졌다. 100년 세월 앞뒤로 사진 한 장만 보낸 채 남성과 결혼해야 했던 여성들의 신산한 운명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짧게는 7년, 길게는 20년 이상 국내에서 거주한 이주여성들의 사진을 찍었다. 그들은 사진 속에서 자신들의 문화를 보여주는 전통복장을 입고 있다. 표정과 자세는 당당하다.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도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사진신부가 건너가던 과거 조선에도 굉장히 주체적으로, 조금 더 나은 삶이나 교육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하와이에 건너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그것을 보면서 지금 한국에 와 있는 이주신부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작품 제작동기를 밝혔다. 작품의 제목 ‘사라’는 미국 땅으로 건너간 최초의 사진신부 ‘최사라’에서 따왔다.
이주여성들은 그들의 숫자만큼이나 복잡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다. ‘신부들, 사라’는 자연스럽게 논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작품인 셈. 100년 전 조선의 어두운 현실을 뒤로하고 이역만리 머나먼 섬으로 이주한 여성들의 삶과 그 역사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지금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여성들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는 전시장에서 ‘전시장에 놓인 사진들이 밝은 면을 보여줬는데 어두운 부분도 골고루 보여줘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저는 이미 그렇게 다 했다고 봐요. 이전에 다큐멘터리 베이스로 그 사람들의 삶의 어떤 구석구석을 다 보여주는 작업을 했었고 지금 하는 것은 또 다른 시도예요. 또 그리고 제가 여기에서 개별적으로 그분(이주여성)들을 만났을 때 물론 이분들은 시댁과의 관계 등 어려운 점들도 있지만 그래도 남편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살려고 노력하고 이런 면들을 다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사진신부들은 그들의 사진을 찍어서 미래의 신랑에게 보냈다. 그렇다면 작가가 찍은 이주여성들의 사진은 누구에게 전하는 것일까? 작가의 대답한다. “저는 작가니까 여기 와서 보시는 분들한테 보내는 거 아닐까요? 여러분들이 사진과 자료를 보고 또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자신의 해석을 하시겠죠.” 전시회는 8월 13일까지, 관람료 5,000원(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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