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수상 캐나다 작가 얀 마텔 첫 내한
'2023 서울국제도서전' 강연자로 초대돼
"문학은 예술·종교, 인생 이해의 최고 도구"
"정부 수반이나 기업 총수와 같은 이들이 책(문학)을 읽지 않으면, 그들의 꿈이 나의 악몽이 될 수 있습니다.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그들이 가치 있는 꿈을 꾸려면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출간돼 누적 판매 1,200만 부를 돌파한 소설 '파이 이야기'를 쓴 캐나다 작가 얀 마텔(60)이 방한했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지도층의 독서다. 마텔은 스티븐 하퍼 전 캐나다 총리에게 문학 작품을 추천하는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된 적 있다. 그는 16년 전 자신이 참석한 문화 행사에 무관심하게 앉아 있던 당시 하퍼 총리에게 글을 보냈고,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보낸 편지를 모아 책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로도 엮었다. 그는 "문학을 통해 타인에 대해 더 공감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면서 "백인 남성인 하퍼(총리)도, 토니 모리슨의 소설 '가장 푸른 눈'을 통해 자신과는 관련이 없지만 여성, 어린이, 흑인의 삶에 더 공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텔은 '2023 서울국제도서전'(6월 14~18일)에서 한국 독자들을 직접 만난다. 개막일인 14일에는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해 강연한다. "예술과 종교가 인생을 이해하는 데 최고의 도구"라고 밝힌 그는 그런 예술 작품을 만드는 '창의력'에 대해 강연할 계획이다. 대표작 '파이 이야기' 집필 뒷이야기들도 들려줄 예정. 인도 소년과 벵골 호랑이의 227일간의 태평양 표류기를 담은 이 작품으로 그는 2002년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묵직한 철학적·종교적 담론을 현실과 환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술적 리얼리즘을 통해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이안 감독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2013)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에서는 그의 데뷔작 소설집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과 '파이 이야기'를 묶은 특별 합본판(작가정신 발행)이 출간됐다. 그는 내년 봄에는 영미권에서 신작 '선 오브 노바디(Son of Nobody)'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트로이 전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마텔은 "(그리스 최고 서사시)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어리석고 끔찍한 일들을 저지르는 인간들을 보며 현대의 우리도 끊임없이 트로이 전쟁을 겪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면서 "전쟁에서 이겨도 결국 모든 것을 잃는 결말도 오늘날과 비슷하다"고 집필 계기를 설명했다. 가장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를 소재로 한 소설 초안을 마무리했다고 귀띔했다. 갈수록 더 실험적인 글을 쓰고 있다고 밝힌 그는 "기억의 손실이 내러티브의 손실이라는 생각으로 실험적 면모를 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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