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대표 도시 자존심 경쟁
"강원도, 어느 한 곳 손 들어주기 어려워"
성적부진으로 15일 감독 교체 카드를 꺼내 든 프로축구 K리그1 강원FC 전용구장 유치를 둘러싼 춘천과 원주, 강릉의 물밑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결정권을 가진 강원도는 특정 도시에 전용구장을 유치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11일 출범한 강원특별자치도의 맹주로 인정받기 위한 3개 도시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지 계획 등 밝히며 유치전 가열
전용구장 유치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도시는 원주다. 원주시는 명륜동 종합운동장 일대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하기 위한 용역에 들어갔다. 용적률을 60%까지 올려 강원FC 전용구장 공모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원주시 관계자는 15일 "강원도 내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프로농구 프랜차이즈 도시로 자리매김한 원주는 마케팅 측면에서도 전용구장의 최적지"라고 말했다.
도청 소재지 춘천도 자존심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태세다. 춘천시는 최근 "2028년까지 공지천 일대 2만㎡ 부지에 1만1,000석 규모 구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원도의 전용구장 건립 계획이 공식화하면 바로 공모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최근 서포터즈와 강원FC 원정 경기에 함께하고, 춘천 송암경기장 홈경기를 찾는 등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강원FC 경기가 많이 열리고 클럽하우스까지 위치한 강릉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강릉시와 지역사회단체는 "경기력 극대화를 위해 클럽하우스와 훈련장, 홈구장은 가까울수록 좋다는 명제는 전 세계 프로리그에서도 확인됐다"며 "부산이 야구의 구도(球都)라면, 강릉은 축구의 구도인 만큼 가장 열정적 팬이 있는 곳에 구장이 자리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축구 명문인 강릉 제일고(옛 강릉상고)와 강릉 중앙고(옛 강릉농고)를 보유한 것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쟁 속내는 대표 도시 각축전?
세 도시의 유치전이 고조되고 있지만 갈등을 우려한 강원도는 지금과 같은 순회 경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해 9월 전용구장 유치 경쟁이 과열양상으로 치닫자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홈경기가 특정 도시에 집중되면 다른 도시 팬을 잃게 된다"며 "도민구단을 만든 취지를 고려해 홈경기 순회 개최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도 차원의 교통정리에도 불구하고 세 도시 간 유치 경쟁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강원도의 '대표 도시'라는 이미지 각인 효과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원지역은 백두대간 등 지리적 요인으로 춘천을 중심으로 한 영서북부권과 원주를 포함한 영서남부권, 강릉 등 동해안 영동권 등 3개 권역으로 생활·경제권이 나뉘어 있다. 세 권역의 규모가 비슷하다 보니, 강원도의 정책방향도 균형발전에 항상 초점을 맞춘다. 2005년 원주 혁신도시 선정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은 이후 세 도시의 경쟁은 더 심화되고 양상이다.
지난 3월 장애학생들을 위한 강원특수교육원 유치 결정과 관련, 강원교육청이 춘천에 특수교육원 본원을, 원주와 강릉에는 직업교육과 가족지원 프로그램 등을 담당할 분원을 설치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전용구장 건립 계획은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실제 지역 체육계에서도 "전용구장 유치뿐 아니라 구단 사무국 이전설을 놓고도 반발이 이어지는 등 세 도시의 경쟁이 과열되는 한 강원도가 전용구장을 짓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