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몰랐다" 항변 통하지 않자 결국 합의
'도이체방크 1000억 원 지불' 이어 두 번째
2008년 7월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법원에 출석한 제프리 엡스타인(왼쪽 두 번째)이 재판을 받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이 2019년 숨진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으로부터 과거 성착취를 당한 피해 여성들에게 총 2억9,000만 달러(약 3,741억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성착취 피해자들의 변호인단은 이날 "JP모건 측과 관련 합의가 이뤄졌으며, 합의안은 법원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체방크가 지난달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7,500만 달러(약 1,001억 원)를 지불하기로 결정한 것에 이어, 두 번째 합의안이 도출된 것이다.
이번 소송은 피해자들이 "엡스타인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지 않도록 사용 용도를 파악해야 하는 은행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JP모건을 상대로 연대책임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엡스타인은 1988년부터 JP모건과 거래했으며, 50여 개 계좌에 수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제기 후 JP모건은 "2013년 엡스타인과 거래를 중단했고, 이전에는 그의 범죄 행위를 몰랐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JP모건은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메리 에르도스 자산관리분야 CEO와 함께 2011년과 2013년 엡스타인의 자택을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궁지에 몰렸다. 심지어 에르도스 CEO는 수수료 문제와 관련해 앱스타인과 수십 통의 이메일을 수시로 주고받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인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매매 등 혐의로 2019년 7월 6일 체포돼 기소됐다. 그는 한 달 뒤인 8월 10일 뉴욕의 연방교도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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