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출신... 전후 최장수 이탈리아 총리 재임

2018년 4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당시 이탈리아 총리가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의 '최장수 총리'를 지낸 인물이자, 집권 시절 성추문과 비리 등 온갖 스캔들에도 휩싸였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6세.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날 밀라노의 산 라파엘레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사인은 만성 골수 백혈병(CML)에 따른 폐 감염이다.
약 2년 전 CML 진단을 받은 그는 이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왔다. 올해 4월 5일에도 CML에 따른 폐 감염으로 이 병원에 긴급 이송된 적이 있다. 당시 그의 가족은 임종이 임박했다고 판단했지만 45일간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끝에 건강을 일부 회복, 지난달 19일 병원 문을 나섰는데 이달 9일 다시 입원한 지 사흘 만에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끝내 눈을 감았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애도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베를루스코니는 투사였다"며 "특유의 용기와 결단력이 그를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20년 지기' 친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애도 행렬에 동참했다. 푸틴 대통령은 "내게 실비오는 소중한 사람이고 진정한 친구였다"며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멀리 내다보는 결정을 내릴 줄 아는 그의 지혜와 능력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1986년부터 2017년까지 구단주를 지낸 이탈리아 축구 클럽 AC 밀란은 "우리 구단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며 "당신은 항상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1939년 9월 2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980년대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언론 재벌이 됐다. 이후 그는 1990년대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1994년 이후 그는 네 차례에 걸쳐 총 9년 2개월간 총리직을 수행했다. 전후 최장기 총리 재임 기록도 썼다.
그러나 불명예 기록도 적지 않다. 2011년 미성년자와의 성추문 의혹에다 이탈리아 재정 위기까지 겹쳐 총리직에서 퇴진한 게 대표적이다. 2013년에는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상원의원직 박탈과 함께 공직 출마를 아예 금지당했다. 이밖에도 재임 기간 중 '마피아 커넥션' 의혹도 제기돼 이탈리아 정치권의 '풍운아'로 불리기도 한다.
2018년 5월 밀라노 법원이 복권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해 1월 대통령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좌파 진영의 지지를 얻지 못해 출마를 중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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