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봉대로에 길이 480m짜리 설치
백화점 규모 크게 늘어나는데도
교통 체증 유발 요인 반영 안 돼
2019년 市 혼잡 구간 정비안 흡사
"돈 없다던 市 손 안 대고 코 푸나"
市 "계획일 뿐 향후 변경 가능"
광주신세계가 새 백화점 확장 이전을 위한 지구 단위 계획의 구역 지정 및 지구 단위 계획 결정 입안 대가로 480m짜리 지하차도를 만들어 광주광역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한 것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지하차도 설치는 광주시가 이미 4년 전 광주신세계 주변 혼잡 도로 개선 대책으로 내놨던 것인데, 당시엔 백화점 시설 확장이라는 교통 체증 유발 요인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신세계가 향후 교통 수요 변동 등에 대한 세밀한 검토 없이 단순 추정으로 지하차도 설치 규모를 제안한 것이어서 "교통 처리 계획을 제대로 수립한 것이냐"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신세계는 지난해 11월 서구 광천동 현 백화점을 바로 옆 화정동 이마트 부지와 주차장 부지로 이전·건립하기 위해 복합시설 지구 단위 계획 결정 입안 등을 광주시에 제안했다. 광주시는 이달 2~16일 해당 제안에 대한 주민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앞서 3월 광주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기존 백화점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 제시, 지하차도 기부채납, 인근 금호월드 포함 주변 민원 적극 해소 등 9개 조건을 내걸어 입안에 동의했다.
광주신세계는 이에 따라 최근 지구 단위 계획안을 광주시에 제출하면서 신축 이전 예정 백화점 옆 죽봉대로 구간 중 백화점 건축선 인근에서 북쪽 동운고가 방향으로 길이 480m 폭 17.5m 규모의 지하차도를 설치한 뒤 기부채납하겠다고 했다. 이는 광주시가 이마트 부지와 주차장 사이에 위치한 광주시 도로인 군분2로 60번길(158m·1,320㎡) 중 일부(77m)를 사업 부지에 편입해 주는 혜택을 제공한 데 따른 공공 기여였다.
그러나 광주신세계가 기부채납하기로 한 죽봉대로 지하차도는 2019년 광주시가 백화점 확장과 무관하게 장래 혼잡 구간 정비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과 백화점 등이 인접한 죽봉대로는 출퇴근 시간 차량 통행 속도와 시간 등 교통량을 분석한 결과 교통 서비스 수준이 F등급에 달하는 광주의 대표적인 혼잡 도로다. 당시 광주시는 도로건설·관리계획(2020~2025년) 용역을 통해 혼잡 구간 개선 대책으로 길이 450m(4차로)짜리 죽봉대로 지하차도 설치안을 제시했지만 이 과정에서 백화점 확장 이전이라는 교통 체증 유발 요인이 반영되지는 않았다. 결국 광주신세계가 백화점 규모를 확장 이전하면 죽봉대로 교통 혼잡은 더 극심해질 수밖에 없는데도 지하차도 길이만 30m 늘인 셈이다. 광주신세계가 제시한 교통 처리 계획이 과연 정확한 교통 수요 예측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광주신세계 관계자는 이에 "지구단위계획 결정에 따른 기부채납을 250억 원으로 추산하고 이를 통상적인 시설 면적으로 환산한 것"이라며 "아직 확정된 게 아닌 계획 단계인 만큼 추후 변동 가능성은 있다" 말했다.
죽봉대로 지하차도 설치를 둘러싼 광주시의 교통 체계 개선 의지도 도마에 올랐다. 광주시는 당초 정부로부터 혼잡 구간 우회도로 개설에 필요한 설계비와 공사비 50%를 지원받을 수 있는 혼잡 도로 개선 사업을 통해 죽봉대로 지하차도를 설치하기로 했다. 실제 광주시는 죽봉대로 지하차도 설치 사업을 2019년 제4차 대도시권 혼잡 도로 개선 사업 계획에 반영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광주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4년간 손을 놓고 있다가 광주신세계가 백화점 확장 이전에 따른 교통 처리 계획으로 무진대로 지하차도 설치를 내놓자 지하차도 설치 위치를 죽봉대로로 바꾸도록 했다. 이를 두고 "광주시가 손 안 대고 코를 풀려고 한다"는 뒷말이 나온다.
죽봉대로 지하차도 설치 문제를 대하는 광주시의 태도가 2017년 2월 광주신세계의 복합시설 건립 사업 추진 때와 180도 달라졌다는 점도 이런 의심을 키우고 있다. 당시 광주시는 길이 1㎞ 규모의 죽봉대로 지하차도 설치를 검토했는데, 이 중 500m를 혼잡 도로 개선 사업을 통해 건립하기로 했다. 나머지 구간은 광주신세계가 기부채납하도록 했다. 교통 혼잡 완화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광주시가 교통난 해소를 위해선 2017년처럼 혼잡 도로 개선 사업과 광주신세계 기부채납을 병행해 지하차도 길이를 늘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광주신세계의 지하차도 기부채납은 말 그대로 계획일 뿐"이라며 "광주시 입장에선 기부채납을 최대한 많이 받아낼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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