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지식’ 가진 원주민 아이들
숲에서 과일 등 따먹으며 생존
장녀가 결정적 역할…‘건강 양호’
“정글에서 자란 아이들입니다. 어떤 식물을 먹을 수 있고 만져선 안 되는지, 사냥은 어떻게 하는지 등 생존에 관한 모든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생후 11개월 된 아기를 포함한 4남매가 아마존 열대우림의 경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배경을 두고 콜롬비아 언론 ‘엘 에스펙타도르’는 10일(현지시간) 아마존 원주민의 말을 빌려 이렇게 전했다. 함께 탑승한 어머니와 조종사 등 성인 3명은 모두 사망했지만, ‘정글이 키운’ 아이들은 맹수와 독사가 우글거리는 곳에서 40일 만에 구조됐다.
기적의 생환…아이 4명 모두 ‘건강 양호’
“밀라그로!” “밀라그로!” “밀라그로!” “밀라그로!”
총 7명이 탄 경비행기는 지난달 1일 엔진 고장으로 남부 카케타주 아마존 상공에서 추락했다. 어른 3명은 시신으로 발견됐지만, 아이들 4명은 보이지 않았다. 군은 아이들이 이동 중이라고 보고 수색을 시작했고, 아기 젖병과 기저귀, 먹다 남은 과일 등 생존 흔적을 찾아냈다.
아이들의 행방을 추적하던 콜롬비아군 통합사령부에는 9일 ‘기적’을 뜻하는 스페인어 '밀라그로'가 네 차례나 울려 퍼졌다. "아이를 발견했다"는 의미의 암구호인 밀라그로가 네 번 반복됐다는 건 4명을 모두 찾았다는 뜻이었다. ‘에스페란사'(스페인어로 희망)라는 이름의 구조 작전이 말 그대로 희망과 기적으로 끝을 맺은 순간이기도 했다.
장녀 레슬리 무쿠투이(13)와 솔레이니(9), 티엔 노리엘 로노케(4), 크리스틴 네리만 라노케(1)가 추락 지점에서 약 3.2㎞ 떨어진 곳에서 구조돼 수도 보고타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비쩍 마른 아이들은 영양실조 상태이지만, 건강은 대체로 양호하다. 아이들의 할아버지는 “병원에서 회복 중인 아이들이 ‘가족을 만나서 기쁘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두 아이는 하루 만에 놀이를 하고 책을 달라고 할 정도로 빠르게 건강을 되찾고 있다.
‘자연과 어울려 사는 방법’이 아이들 살렸다
4남매는 콜롬비아 남부와 페루에 사는 ‘후이토토’ 원주민이다. 이들은 정글에 대한 지식과 경험 덕분에 생존했다고 AFP통신 등은 보도했다. 원주민은 어릴 때부터 자연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고 연습한다. "아이들은 아마존의 씨앗과 과일, 뿌리 등을 먹으며 버텼다”고 콜롬비아 원주민기구(ONIC)의 루이스 아코스타는 말했다. 추락한 비행기에 실려 있던 식료품과 군이 수색 중에 헬기로 떨어뜨려 준 생존꾸러미 속 식량도 챙겨 먹었다. 꾸러미에는 파리냐(열대작물 카사바의 분말)와 물, 샌드위치, 우유가 들어 있었다.
구조 작전을 지휘한 콜롬비아군 특수작전 사령관 페드로 산체스는 “정글에 대한 지식이 아이들을 살렸다”며 “그런 환경에 익숙하지 않았다면 생존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녀인 레슬리의 영리함과 용기도 빛났다. 레슬리는 전사 같은 강인한 성격으로, 평소 일하는 어머니 대신 동생들을 돌봤다. 이반 벨라스케스 고메스 콜롬비아 국방부 장관은 "레슬리는 남동생 3명을 보살피고 살린 영웅”이라고 했다. 군보다 한발 앞서 아이들을 찾은 수색견 ‘윌슨’이 며칠간 아이들 곁을 지키며 생존을 도왔지만, 지금은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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