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낙뢰 발생 10만 번 넘어, 79% 여름에
구조물 없는 해변 등 평지, 인명 피해 잦아
강원 양양군 설악해변에서 ‘낙뢰(벼락)’ 사고로 크게 다친 30대 남성이 결국 숨졌다. 해당 남성은 서핑 후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갑자기 내리친 낙뢰를 미처 피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 소방당국은 낙뢰가 집중되는 여름철(6~8월)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1일 강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33분쯤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설악해변에서 A(34)씨 등 6명이 벼락이 내리친 뒤 쓰러졌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A씨는 이날 오전 4시 10분쯤 사망했다. 그는 충북 청주에서 서핑을 위해 양양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 근처에 있던 B(43)씨 등 20~40대 부상자 5명도 낙뢰를 맞고 이송됐다. 이들은 가슴 통증과 감각이상, 근육통 등을 호소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A씨 등 5명은 서핑을 마치고 해변에 앉아 쉬고 있다 낙뢰를 맞았다. 우산을 쓰고 있던 나머지 1명은 낙뢰 사고 후 쓰러져 파도에 휩쓸리기도 했다. 강원소방본부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무릎이 바닷물에 잠길 정도의 해변에 앉아 있다 순식간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해안가 인근 펜션에 가장 먼저 번개가 내리쳐 번쩍한 뒤 해변으로 튀었다”며 “쓰러진 사람 몸에서 연기가 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고 발생 장소가 낙뢰를 막을 높은 구조물이 없는 평지여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람이 피뢰침 역할을 대신했다는 의미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낙뢰는 위치가 높거나 뾰족한 물체에 먼저 내리치게 된다”며 “해변에는 이런 형태의 구조물이 없는 데다, 전기가 통하는 금속 장신구 등을 소지하고 있다면 낙뢰 피해 대상이 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낙뢰 피해는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땅에 치는 번개’ 격인 낙뢰는 지표면에 도달했을 때 수만 볼트 전압을 발생시킬 정도로 위력이 강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0년간 낙뢰로 26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 중 7명은 사망했다. 2020년 8월 서울 북한산 만경대에서 낙뢰를 맞은 등산객이 숨졌고, 2017년 7월 경기 고양시 북한산 인수봉에서도 등산객 1명이 낙뢰로 목숨을 잃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낙뢰에 맞으면 대부분 즉사한다”면서 “낙뢰 강도가 아무리 약해도 감각이상이나 근육통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기상 이변이 뚜렷해지면서 낙뢰 발생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기상청이 발간한 ‘2022 낙뢰연보’를 보면, 지난해까지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10만8,719회의 낙뢰가 발생했고, 79%(8만5,943건)가 여름철인 6~8월에 집중됐다.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은 낙뢰가 내리쳤을 때 ‘30-30 규칙’을 지키라고 당부한다. 번개가 치면 30초 안에 실내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최소 30분이 지난 뒤 움직이는 게 좋다. 해변 등 평지에서는 자세를 최대한 낮춰 이동해야 한다. 산에서는 능선에서 벗어나 물이 없는 움푹 파인 지형으로 가야 안전하다. 또 낙뢰로 전류가 흐를 수 있어 주변인과는 5~10m 정도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원 원장은 “태풍, 호우 발생이 빈번해진 만큼, 낙뢰 등 돌발성 기후재해에 대비해 대처 요령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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