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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대마 불법재배 급증… '동네 마약류' 확산 위험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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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대마 불법재배 급증… '동네 마약류' 확산 위험신호

입력
2023.06.13 04: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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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집·비닐하우스 등서 키우다 적발
"저절로 커" "씨가 날아와" 고의성 부정
값싼 마약 찾는 외국인 노동자도 가세

경북경찰청이 지난 4월 말 양귀비 불법재배 집중 단속에서 적발한 양귀비. 비닐하우스 안 상추밭에서 찾아낸 마약류 양귀비들로, 상추와 섞여 위장돼 자라고 있다. 경북경찰청 제공

경북경찰청이 지난 4월 말 양귀비 불법재배 집중 단속에서 적발한 양귀비. 비닐하우스 안 상추밭에서 찾아낸 마약류 양귀비들로, 상추와 섞여 위장돼 자라고 있다. 경북경찰청 제공

대구 서부경찰서 형사과 직원들은 지난 7일 ‘마약류 양귀비가 보인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적잖이 당황했다. 양귀비꽃이 활짝 핀 곳이 치매 노인을 돌봐주는 서구 관내의 한 복지시설 텃밭이었기 때문이다. 마약류로 의심되는 양귀비 수가 줄잡아 140주가 넘었다. 해당 시설에선 경찰에 “꽃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저절로 자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마약류 양귀비인지 정확한 감정을 의뢰했다.

하지만 육안상 관상용이 아닌 데다 140주 이상의 양귀비가 확인된 만큼 시설 관계자를 상대로 경위 파악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재배 단속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이렇게 많은 양의 양귀비가 자라는데도 '우연히 자랐다'고 하니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마약류로 확인되면 시설 관계자를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마 불법재배, 2018년보다 지난해 두 배 이상

최근 마약류 유통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양귀비와 대마 불법 재배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과거엔 농어촌 마을에서 노인성 질환 치료용으로 암암리에 키우는 경우가 많아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약류 확산에 편승해 판매용으로 키우는 마약사범에 시골 농장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손을 뻗치면서 마약류 주요 공급원으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텔레그램을 통해 가상자산을 받고 마약을 판매한 일당 53명을 검거해 이 중 8명을 구속했다. 이 중 경북 울진의 한 주택에서 직접 대마 40주(800g)를 재배하다 적발된 판매자도 있었다. 양귀비나 대마 불법 재배에 걸린 당사자들은 “예뻐서 키웠다” “어디서 씨가 날아와 자랐다”며 고의성을 부인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지난 4월 경북경찰청에서 단속에 나선 한 농가에선 비닐하우스 안에 상추 등 다른 작물로 위장해 키워 놓고 그 사이에 양귀비를 재배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검거된 마약 사범들의 경북 울진 대마 재배 장소 모습.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검거된 마약 사범들의 경북 울진 대마 재배 장소 모습. 대구경찰청 제공

경찰은 양귀비와 대마 개화 시기인 매년 5~7월 전국적인 단속에 나선다. 경찰청에 따르면 양귀비 불법 재배에 걸린 인원은 2018년 1,060명에서 지난해 1,545명으로 증가 추세다. 대마 역시 2018년 258명에서 지난해 528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최근 마약류 범죄가 확산되면서 검찰과 경찰도 단속의 고삐를 더 죄고 있다. 양귀비나 무허가 대마를 재배하다 적발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양귀비와 대마는 지난해까지 대검찰청 예규에 따라 50주 미만 재배 행위에만 압수와 계도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의 마약 범죄 엄정 대응 기조에 따라 단 한 주만 재배해도 고의성이 입증되면 입건 대상이 된다.

싼값 마약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 손 대

과거에는 60~80대 고령층이 약효를 믿고 몰래 재배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농촌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적발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 4월 말, 충남 예산의 한 공장 기숙사 화분에서 대마 14주가 경찰 단속에 걸렸다. 30대 태국인 근로자 2명이 재배한 것으로, 이들은 대마 종자와 대마초 129.1g도 소지하고 있었다. 대마초 1회분이 0.5g인 점을 감안하면 250여 회 흡입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인적이 뜸한 전남 해안의 양식장 주변 습지에 1,000여 명이 동시에 흡입할 수 있는 대마를 몰래 재배한 태국인 노동자들이 검거됐다. 이들 중 일부는 태국 음식에 대마를 식재료로 사용하고자 나눠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외딴 시골마을에서 일하면서 저렴한 마약류를 찾는 외국인 노동자가 늘고 있다"며 "이들이 감시의 눈을 피해 대마나 양귀비를 직접 재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해해양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태국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양식장 주변 습지에서 키운 대마를 압수한 모습. 서해해양경찰청 제공

지난해 10월 서해해양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태국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양식장 주변 습지에서 키운 대마를 압수한 모습. 서해해양경찰청 제공

경찰은 대마가 합법화된 태국 등에서 건너온 노동자들이 국내법을 몰라 대마 재배에 손을 대고 있다고 판단해 계도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 등을 상대로 마약 예방 캠페인도 펼쳐 더 큰 범죄로 이어지는 길목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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