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쁜 엄마' 주역 라미란
머리 노랗게 탈색하고 변신 준비
"지금까지 사랑하는 건 해 봤지만..."
공부할 때 배부르면 졸리다는 이유로 한창 자랄 아들이 밥 한 공기를 비우는 것도 눈치를 줬다. "다 네가 잘되기 위한 마음"에서란 모정을 빙자해 이뤄지는 폭력. JTBC 드라마 '나쁜 엄마'에서 영순(라미란)은 자식의 온갖 원망을 받아내며 '나쁜' 엄마로 반평생을 살아간다. 그런 영순에게 돌아온 건 검사로 자란 아들 강호(이도현)의 사고와 자신의 위암 말기 판정. 라미란은 남편 없이 홀로 아들을 키우는 강단 있는 엄마의 모습과 두 모자의 삶에 갑자기 들이닥친 '재난'으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엄마의 절망을 처절하게 연기했다.
그도 아이를 키운 엄마이기에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는 영순의 비극이 남 일 같지 않았다. "(공부할 때 졸지 말라고) 아들 밥 뺏어서 남는 밥 먹는 내용을 찍는데 그게 어떤 마음인지 너무 알겠는 거예요. 강호가 일기에 왜 영순이 '나쁜 엄마'로 살 수밖에 없었는지 알 것 같다고 적은 것처럼요. 그 시대(과거)라 가능한 일이고, 자식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주변에서 '맨날 울었다'고 문자 오고 그랬죠." 8일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카페에서 만난 라미란의 말이다.
라미란의 열연이 입소문 난 덕에 '나쁜 엄마'는 시청률 두 자릿수로 8일 막을 내렸다. 그는 영순의 고단함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카락 일부를 일부러 하얗게 탈색했다. 그리곤 극중 영순이 겪는 엄마로서의 성장통에 집중했다.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육아엔 '정답'이 없고, 그 누구도 따로 배울 수 없다. 결국 라미란은 "내 삶"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악착같은 영순의 모습에 라미란은 그의 옛 시절을 떠올렸다. 라미란은 돌 무렵의 아이 모유 수유를 하다 "오늘 저녁 시간 되냐?"는 전화를 받고 아이를 안고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오디션장을 찾았다. 당시 그의 나이는 20대 후반.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일을 쉬며 경력 단절에 마음을 졸이던 때였다. 라미란은 "'응답하라 1988'에서 정봉이 엄마를 연기할 때 유머에 치중했다면 이번엔 그 반대였다"며 "가혹할 만큼의 힘든 일들이 많이 닥쳤고,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고 고난을 행복으로 바꿔 나가는 영순의 모습이 감동스러웠고 연기하는 내내 행복했다"고 말했다.
라미란은 이날 흰색 모자를 쓰고 나왔다. 그의 머리카락 일부는 노랗게 변해 있었다. '나쁜 엄마' 속 모습과 영 딴판이었다. 라미란은 "새 드라마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촬영을 위해 머리카락을 염색했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역은 미스터리한 과자 가게 주인. 라미란은 이번엔 판타지 소재 드라마로 연기 변신에 나선다. 그는 인턴으로 재취업 전선에 뛰어든 40대를 연기한 '잔혹한 인턴'(티빙)의 공개도 앞두고 있다. "중년 서사 작품이 많아지더라고요. 어떤 작품은 일부러 배역의 연령대를 높이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사랑하는 건 해 봤는데 받는 건 못해 본 것 같아요.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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