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 묘연' 외교관 아내, 북한 식당 관리
부지배인 망명 시도 중 붙잡혀 송환 위기
관리 책임질까 봐 우려…탈북 시도 가능성
닷새째 행방이 묘연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외교관 아내와 아들이 종적을 감추기 직전까지 북한 총영사관에 연금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망명 가능성을 우려해 모자를 가둬뒀다는 주장이다.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닐 탈북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8일 복수의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4일 넵스카야 거리에서 10대 아들과 함께 사라진 김금순(43)씨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식당 '고려관'의 '대리 지배인'으로 일한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이 식당은 원래 김씨의 남편인 박모씨가 지배인으로 관리하던 곳이다. 박씨는 북한 고려항공 무역대표부 소속으로 외화벌이를 해 왔는데 2019년 검열을 받으러 평양에 들어갔다가 코로나19 탓에 국경이 닫히면서 러시아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아내 김씨가 식당을 대신 운영했다.
김씨에게 큰 문제가 닥친 건 지난해였다. 코로나19 탓에 식당이 운영 중단 위기에 처했는데 그해 10월 부지배인인 A(51)씨가 망명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A씨는 현지에서 얼마 벗어나지 못하고 러시아 당국에 체포돼 북한 총영사관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식통은 "A씨는 망명을 시도한 게 분명해 북러 국경이 개방되면 북한에 우선 송환돼 처형될 것"이라고 전했다.
망명 시도에 놀란 북한 당국은 '연쇄 탈북'을 막기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섰다. 고려관을 폐쇄하고 지배인인 김씨와 아들을 총영사관 내부에 수개월간 연금한 것이다. 김씨 모자는 일주일에 한 번 외출을 허락받았는데 그 틈을 타 탈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국경이 열리면 자신도 본국으로 송환돼 관리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아직 러시아를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상황이 낙관적이지 못하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지내다 망명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북한이 김씨에게 배임·횡령 혐의를 물으며 북송을 요구한다면 러시아도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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