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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성공의 비결은 시스템 통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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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성공의 비결은 시스템 통치였다"

입력
2023.06.09 04:30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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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 '박정희의 시간들' 낸 오인환 전 공보처 장관


'박정희의 시간들'을 펴낸 오인환 전 공보처 장관이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박정희의 시간들'을 펴낸 오인환 전 공보처 장관이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공적은 물론이고 치부까지 가감 없이 기술했습니다. 박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분들이 제 책을 읽은 뒤 오히려 그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어 ‘괜찮다’고 했습니다. 만족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사후 40년이 넘게 흘렀지만 이름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논쟁을 지피는 인물이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영웅적 지도자와 민주주의를 탄압한 최악의 독재자라는 엇갈린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진영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현실. ‘이승만의 삶과 국가’(2013), ‘김영삼 재평가’(2021) 등 보수 계열 대통령들의 평전을 잇따라 펴냈던 오인환(84) 전 공보처 장관이 이번에는 박정희 대통령을 다뤘다. 대통령 재임 순서에 따라 집필했기에 박정희 평전은 김영삼 평전보다 앞서야 했지만, 집필 완료 이후(2018년) 정치적 분위기 때문에 출판사가 출간 보류를 요청해 이제야 빛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오 전 장관은 최근 펴낸 ‘박정희의 시간들’(나남 발행)에서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분석한다. 박 대통령이 가장 유능한 역대 대통령으로 꼽히는 만큼 수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박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이었던 김영삼 정부의 최장수 장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오 전 장관의 박정희 분석은 특별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책 출간 즈음해 최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만난 오 전 장관은 “박 대통령에 대한 미화나 폄훼를 빼고 차분하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책은 대체로 5ㆍ16에서 10ㆍ26까지 통시적으로 박 대통령의 생애를 추적한다. 그의 소개대로 박 대통령의 공과가 비교적 균형 있게 기술돼 있다. 책은 박 대통령이 ‘5,000년의 가난을 극복케 하는 동원력과 추진력’을 지녔던 인물이었다는 점, 뛰어난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음을 상찬한다. 하지만 과오를 비판할 때는 매섭다. 가령 일찍부터 요정에서 정치를 했던 박 대통령의 문란한 사생활을 거론하며 ‘권위주의 시대수직형 사회에서(이런 요정정치 때문에) 향락풍조가 대중사회에까지 확산됐다’고 꼬집고, ‘1인 지도자로서 관대한 마음가짐, 포용력, 금도 같은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고 질타한다.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그의 리더십 분석이다. 저자는 박 대통령을 ‘타고난 우두머리감이 아니라 머리가 명석하고 기획력과 보좌능력이 뛰어난 탁월한 참모형 2인자’ 스타일로 파악한다. 오 전 장관은 “박정희는 부족한 개인적 카리스마를 시스템 정치를 통해 메꾸었다”고 설명한다. 군 시절 지휘관이 아니라 정보ㆍ작전 참모로 주요 경력을 쌓았고 쿠데타 이후에도 군부 수뇌부의 견제 속에서 불안정한 리더십을 보였던 박정희가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비결은 독특한 ‘시스템 통치’가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것. 저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정치ㆍ외교ㆍ국방에서는 공작정치를 활용하면서 2인자를 두지 않는 유일한 강자로 군림했지만 경제를 필두로 사회, 문화, 과학 분야 등에서는 권력의 일부를 장관이나 관료, 혹은 정주영 같은 대기업 회장들에게까지 나눠주고 자신은 총괄과 지휘ㆍ감독을 맡는 '총괄사령관식 리더십'을 행사했다. 박정희식 시스템 통치의 요체다. 하지만 1969년 3선 개헌 이후 경제 분야까지 점차 스스로 관장하게 되면서 과부하가 걸렸고 파국을 맞이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오 전 장관은 “많은 후진국에서 보스 노릇을 하던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경제를 성공시킬 용인술이나 머리가 없어 실패했다”면서 “반면 박 대통령은 보스형 군인이 아니었지만 스스로 기획을 할 줄 알았고 사람을 쓰고 조직을 운영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권력을 장악하고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빈곤탈출과 근대화가 지상목표였던 박 대통령 시대의 국가과제와 생태ㆍ환경위기,인구소멸과 저성장 같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는 지금은 국가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리더십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지금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없을까. “시대마다 과제는 다르겠지만 국가 리더, 정치 지도자들은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내는 박정희 대통령의 기획력을 배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참모들에게만 기대지 말고 스스로 많이 검토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오인환 전 공보처 장관은 "역대 대통령 평전을 쓰면서 느낀 점은 어느 대통령이나 국가를 위해서 헌신했다는 점. 작은 시야로 서로 헐뜯을 게 아니라 큰 눈으로 지도자들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다은 인턴기자

오인환 전 공보처 장관은 "역대 대통령 평전을 쓰면서 느낀 점은 어느 대통령이나 국가를 위해서 헌신했다는 점. 작은 시야로 서로 헐뜯을 게 아니라 큰 눈으로 지도자들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다은 인턴기자



이왕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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