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재발 등으로 기소 6년 만에 1심 선고
법원 "정운호 진술과 객관적 자료 내용 부합"
전직 부장검사 "말도 안 돼" 반발하며 눈물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부장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장 허경무 김정곤 김미경)은 7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 전 부장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9,200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을 믿을 수 없어 유죄 증거가 없다며 다투고 있지만, 객관적 자료와 내용이 진술과 부합한다"며 "피고인은 검사 직위에 있으면서 청렴성의 가치를 잘 알았고, 그를 지킬 공적 의무가 있음에도 사적 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전 부장검사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법정 구속하진 않았다.
박 전 부장검사는 2014년 6월 검사 재직 시절 정 전 대표로부터 감사원 감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현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은 서울지하철 상가 운영업체의 사업권을 매수하며 사업 확장을 추진했고, 감사원은 운영업체 선정 과정을 감사 중이었다. 정 전 대표는 박 전 부장검사가 감사원 고위 관계자의 고교 후배인 점을 이용해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이 불거지자 법무부는 2017년 박 전 부장검사를 해임 처분했다.
박 전 부장검사는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본격화될 무렵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 때문에 재판은 그가 기소된 지 5년 뒤에야 시작됐고, 지난해 5월 열린 첫 공판에서 박 전 부장검사는 후유증으로 법정 진술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2017년 뇌출혈이 재발하면서 사경을 헤매다가 이제 겨우 말을 할 정도가 됐고, 검찰 조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됐다"며 "정 전 대표 금품 전달책 등과 한 차례 식사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감사원 청탁이나 알선을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부장검사는 이날 자신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말도 안 된다" "제가 아닌데 왜 그러느냐"고 반발하며 눈물을 흘렸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현재 감정조절이 안 되는 상태"라며 "판결 내용을 검토한 후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부장검사는 법무부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2월 1심에서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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