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기반 '아토믹 월렛'서 탈취
전문가들 "기존 북한 해킹 수법과 동일"
북한 해커들이 글로벌 가상화폐 업체를 해킹해 최소 3,500만 달러(약 455억 원)를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북한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해킹 능력을 앞세워 가상화폐를 훔치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국제사회에선 이렇게 빼돌린 돈이 핵무기 개발 자금으로 쓰인다고 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최근 에스토니아에 기반을 둔 가상화폐 지갑 서비스 '아토믹 월렛(Atomic Wallet)'을 해킹해 3,500만 달러를 훔친 조직이 북한 해커 집단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아토믹 월렛은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 "월간 이용자 가운데 1% 이하가 해킹 피해를 봤다. 도난당한 자금을 추적하기 위해 블록체인 분석 회사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발표에서 구체적인 피해 금액이나 해킹 배후 등은 특정되지 않았다.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북한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과거 북한 해커들이 썼던 것과 동일한 수법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자크(Zach) XBT'란 이름의 한 독립 가상화폐 추적자는 트위터에 "아토믹 월렛을 해킹한 조직은 북한의 '라자루스 그룹'인 것 같다"고 썼다. 지난해 6월 미국 블록체인 기술기업 '하모니'에서 발생한 1억 달러(약 1,30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 탈취 사건과 해킹 패턴이 유사하다는 이유다.
하모니 사태 배후로 지목된 라자루스 그룹은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1월 국가정보원과 미국 민간 조사관들은 북한 해커들이 사전에 빼돌린 1억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 중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현금화하려는 정황을 포착, 이를 차단하기도 했다. 영국 가상화폐 추적업체 엘립틱도 CNN에 "아토믹 월렛 사건에서 해커들이 사용한 돈세탁 기술과 도구가 기존 북한 해커들의 행적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달 북한이 가상화폐 절도 등으로 미사일 프로그램 자금의 절반가량을 조달하고 있다는 추정도 내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도 최근 북한이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 왔다고 밝혔다. 안보리 추산에 따르면 북한이 해킹으로 벌어들인 가상화폐 규모는 지난해에만 최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