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광장 사용 불허에 장소 변경
주최 측 "차별 행정 맞서 강력 저항"
국내 최대 규모의 성(性)소수자 행사인 서울퀴어문화축제(퀴어축제)가 8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광장이 아닌 을지로에서 열린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는 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퀴어축제를 다음 달 1일 을지로2가 일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행사엔 중구 삼일대로를 출발해 서울광장을 거쳐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4㎞ 행진 일정도 포함됐다. 김가희 집행위원은 “참가 인원과 혐오 세력의 폭력 등 위험 요소를 고려해 고립되지 않고 경사가 없는 도로인 을지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올해 퀴어축제와 행진에 각각 15만 명, 5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퀴어축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기간인 2020, 2021년을 제외하고 2015년부터 매년 서울광장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올해는 조직위의 광장 사용 신청을 서울시가 불허했다.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대신 같은 날 열리는 기독교 단체 주관 행사 ‘청소년ㆍ청년 회복 콘서트’에 사용 허가를 내줬다.
조직위와 시민사회단체는 서울시 결정을 명백한 ‘차별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장서연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청소년 행사가 우선이라는 명분이지만 해당 기독교 단체는 성소수자를 폄훼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법정제재를 받은 방송사”라며 “서울시가 보수기독교 단체들의 성소수자 혐오 선동을 용인하고 부추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선우 퀴어축제 조직위원장은 “축제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 역시 차별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라며 “서울광장과 도심 주요 도로를 힘찬 발걸음으로 행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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