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준금 인상 제한 시한 종료
업체들 "이달 안에 사납금 인상할 것"
수익 급감 우려, 이직 러시 가능성도
“하루 종일 돌아도 몇 명 못 태우는데 사납금까지 오르면….”
7일 서울 양천구의 한 택시 차고지 앞에서 만난 기사 김모(58)씨가 며칠 전 회사에서 보낸 휴대폰 문자를 보여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6월 1일부터 회사 기준금이 1만5,000원 인상 된다’는 내용이었다. 기준금(기준운송수입금)은 기사가 회사에 매일 납입해야 하는 최소 금액으로 2019년 폐지된 사납금과 비슷한 개념이다. 한 달에 26일 일하는 택시기사 노동량을 감안하면 김씨는 이제 회사에 매달 39만 원을 더 갖다 줘야 한다. 그는 “주행거리가 많은 오래된 택시를 몰면 하루 기준금이 3만 원 더 싸다”며 “운전하기 힘들어도 헌 차로 바꿔야겠다”고 씁쓸해했다.
기준금 제한 족쇄 풀리자... 인상 현실로
서울 법인택시 업계의 기준금 인상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심야할증 요금(20~40%) 및 기본요금(3,800→4,800원)을 연이어 올렸다. ‘하늘에 별 따기’라 불릴 만큼 심각해진 택시난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시는 요금 인상에 앞서 지난해 10월 254개 서울 법인택시 업체로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기준금을 동결하겠다’는 확약서를 받았다. 요금 인상이 기준금 상향으로 이어져 기사 수입이 줄어들지 않게끔,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확약서에 명시된 종료 시한이 지나면서 회사들이 일제히 기준금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본보가 서울 법인택시 업체 10곳에 문의해 보니 9곳이 이달 안에 기준금을 올리겠다고 답했다. 나머지 한 곳도 노사 협의를 통해 늦어도 다음 달에는 인상할 계획이다. 오명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은 “기준금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월평균 400만~500만 원 수준인데 조만간 450만~550만 원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별로 환산하면 15만~20만 원에서 18만~23만 원으로, 3만 원 정도를 매일 회사에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택시기사 입장에선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요금 인상 후 안 그래도 택시 이용객이 크게 줄어 허리띠를 졸라 맸던 터에 기준금마저 오르면 실질 수입이 더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기사 박모(65)씨는 “야간할증과 기본요금 인상 뒤 손님이 20% 넘게 감소한 것 같다”며 “하루 벌이가 20만 원 가까이 줄었는데, 기준금까지 인상하면 정말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법인택시 업체 기사 김모(47)씨도 “지금이라도 배달업계 쪽으로 옮겨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택시회사 "우리도 버티기 힘들어"
택시업체들도 할 말은 있다. 적자가 계속 쌓여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한 택시업체 관계자는 “요금 인상으로 택시 수요가 급감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기간 배달 등으로 대거 빠져나간 기사들 빈자리가 아직 충원되지 않아 매출 타격이 크다”고 털어놨다. 올해 4월 기준 서울 법인택시 기사 수는 2만386명으로 4년 전인 2019년(3만977명)과 비교해 1만 명 넘게 감소했다. 다른 택시업체 관계자도 “유류비와 보험비 등 유지비까지 올라 기준금을 인상하지 않고선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난감하기는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시 관계자는 “택시업체들에 최대한 기준금을 올리지 말아 달라 요청하고 있다”면서도 “택시시장 침체로 회사도 어려운 상황이라 기준금 인상을 무작정 제한할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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