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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인사검증 마비·빛바랜 혁신 배경엔 '이재명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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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인사검증 마비·빛바랜 혁신 배경엔 '이재명 리스크'

입력
2023.06.07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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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글조차 놓친 명백한 인사 실패"
외부 시각의 과감한 쇄신에 대한 부담
또다시 '이재명 리더십 리스크'로 귀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최원일(오른쪽) 전 천안함 함장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뒤돌아서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최원일(오른쪽) 전 천안함 함장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뒤돌아서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최고위원회에서 혁신위원장 인선을 발표하기 10분 전, 당대표실은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의 프로필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생소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곧장 기자들은 언론 기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누구인지부터 검색했다. 그런데 그의 SNS엔 '천안함 자폭설'이나 '코로나19의 미국 유래설', '미 정보당국의 한국 대선 개입설' 등 음모론적 주장으로 가득했다. 이 대표의 공식 발표 전부터 기자실이 술렁였던 이유였다. 결국 과거 발언에 발목 잡힌 이 전 위원장은 선임 9시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SNS 글조차 놓친 명백한 인사 실패"

민주당 지도부는 정당 내 인사 검증 시스템이 완벽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민주당은 작년에도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가 사생활 이슈 등이 불거져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러나 내밀한 개인사 영역이었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검색하면 10분 만에 확인할 수 있는 SNS 글조차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통 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전재수 의원은 6일 YTN 라디오에서 "(이씨의 천안함 자폭설은) 꽁꽁 숨겨져 있던 발언도 아니고 SNS에 버젓이 올라와 있던 것이었기 때문에 명백하게 실패한 인선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제공

현재 당내 검증 기능이 마비된 배경으로는 이 대표의 취약한 입지가 꼽힌다. 이 대표는 강력한 팬덤을 무기로 대선후보와 당대표에 올랐지만, 대선 이전까지는 당에서도 변방에 머물러 온 비주류였다. 여의도 중앙정치 경험도 1년에 불과하고 최근엔 사법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4월 말에는 비이재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선출되면서 이 대표의 원내 입지는 한층 좁아졌다. 송영길 전 대표가 선출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의혹 등으로 당의 도덕성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의원들이 요구한 혁신기구 요구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송 전 대표와 김 의원이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쇄신의 전권을 부여받은 혁신위원장이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과제로 이 대표의 버팀목인 팬덤 정치를 지목한다면, 가뜩이나 입지가 취약한 이 대표는 사면초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좁은 당내 입지로 '과감한 인선' 꺼려

민주당 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이런 배경 때문에 혁신위원장 인선에서 최우선 기준은 이 대표의 입지를 흔들지 않고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사지 않을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중점을 두다 보니 그 밖의 허물은 사소한 것으로 치부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제 이 전 위원장은 과거 이 대표 구명운동에 참여하는 등 이 대표에게 우호적인 인물이다. 이처럼 이 대표와의 친연성을 혁신위원장 인선의 최우선 순위로 둔 결과, △당의 정체성 △참신함 △국민 눈높이 등 통상적인 외부인사 영입 기준은 후순위로 밀렸다. 소장파 인사인 김해영 전 의원이 "민주당이 이재명이라는 특정 개인을 위한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직격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사퇴해야" 책임론 분출 가능성

이재명 대표는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코인 의혹에 대한 무딘 대응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다수 의원들의 요구로 만든 혁신위마저 위원장 인선 실패로 혁신의 첫발도 못 뗀 채 빛이 바랬다. 이르면 8일 예정된 의원총회는 당초 상임위원장 논의를 위한 자리였으나 이 대표 책임론이 분출할 수 있다. 이처럼 이 대표 리더십이 연달아 상처를 입으면서 향후 혁신의 칼날이 지도부를 향할지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혁신위원장 인사 실패를 "이 대표 체제의 본질적 결함"으로 규정하면서 "이 대표가 하루라도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보다 온건한 의원들도 "새 혁신위원장 인선이 이 대표에게 얼마 남지 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 대표를 제외하면 당내 대선주자급 인물이 없어서 사퇴론은 섣부르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친야권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1등을 한 번도 놓쳐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비명계가 이 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총선을 치르려고 하면 그건 망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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