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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타운' 인천 함박마을, 상권·치안 갈등 위험 수위… 해결책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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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타운' 인천 함박마을, 상권·치안 갈등 위험 수위… 해결책 찾을까

입력
2023.06.08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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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함박마을 외국인 비중 61% 넘어
"하루 걸러 폭행사건에 대포차 사고도"
상인들 "역차별... 단속 강화해야" 진정

지난 6일 인천 연수구 연수1동 함박마을 한 건물에 러시아어와 영어, 한국어로 쓰인 쓰레기 분리배출 안내문 3장이 나란히 붙어있다. 이환직 기자

지난 6일 인천 연수구 연수1동 함박마을 한 건물에 러시아어와 영어, 한국어로 쓰인 쓰레기 분리배출 안내문 3장이 나란히 붙어있다. 이환직 기자

지난 6일 오후 인천 연수구의 한 거리. '레표시카(Лепёшка)'라는 러시아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둥글납작한 빵을 의미하는 레표시카는 러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빵집 간판이다. 거리 곳곳에는 차이하나(чайхана́·찻집), 멜니짜(ме́льница·식료품점) 등 러시아어 간판이 즐비했다. 심지어 김밥집 메뉴와 보험설계사 광고를 비롯해 건물에 붙은 쓰레기 분리배출 안내문과 공원 이용 주의 사항까지 러시아어가 병기돼 있었다. 흡사 러시아의 한 거리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곳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거주하는 연수1동 함박마을. 하지만 외국인들이 급증하면서 지역주민들과 갈등도 심해져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비중 61%..."공원 화장실 낙서도 외국어"

지난 6일 인천 연수구 연수1동 함박마을의 한 부동산중개소에 러시아어로 쓰인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환직 기자

지난 6일 인천 연수구 연수1동 함박마을의 한 부동산중개소에 러시아어로 쓰인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환직 기자

함박마을은 과거 고려인 타운으로 불렸다. 대한제국 말기와 일제강점기 러시아 및 구소련 지역으로 강제이주한 고려인 가운데 영구 귀국해 정착한 사람들이 모여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4,5년 전부터 러시아어권 사람들이 살기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돼 외국인이 내국인 거주자 수를 앞질렀다.

7일 연수구에 따르면 함박마을 인구는 지난달 2일 외국인이 7,400명(61.1%)으로 4,717명(38.9%)인 내국인보다 많다. 외국인 중 3,693명은 고려인 등 외국 국적 동포이며, 3,707명은 외국인 등록자다. 국적별로 보면 카자흐스탄 2,135명, 우즈베키스탄 1,829명, 키르기스스탄 260명으로 중앙아시아 3개국 출신이 절반 넘게(57.1%) 차지하고 있다. 함박마을에 있는 초등학교 2곳도 이미 외국인 학생이 더 많은 상황이다. 연수구 측은 "함박마을 외국인 상당수가 저임금 노동자나 국내에서 취업이 안 되는 F1(방문 동거) 비자 체류자"라며 "러시아어만 쓰면서 생활이 가능하다 보니 이곳에 계속 거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터줏대감 상인들 "단골손님도 다 떠나...대책 필요"

지난 6일 인천 연수구 연수1동 함박마을 한 공원에 러시아어와 한국어로 쓰인 공원 이용 주의사항이 걸려있다. 이환직 기자

지난 6일 인천 연수구 연수1동 함박마을 한 공원에 러시아어와 한국어로 쓰인 공원 이용 주의사항이 걸려있다. 이환직 기자

외국인들이 늘면서 사회·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주민과 상인들은 주로 치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4일 연수구 한 도로에서 카자흐스탄 국적 20대 여성 2명이 달리는 차량 창문에 걸터앉았다가 같은 국적 30대 운전자가 도로교통법상 난폭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이들은 경찰에서 "카자흐스탄에선 문제가 안 되는 행동"이라고 진술해 논란이 됐다.

주정차와 쓰레기 배출을 둘러싼 지역주민들과의 갈등도 빈번하다. 함박마을의 한 주민(56)은 "중고차를 매매하는 외국인들이 번호판이나 휴대폰 번호가 없는 차량을 불법 주차하고 쓰레기도 함부로 버려서 동네가 슬럼화되고 있다"며 "대포차나 불법 개조 차량 문제도 심각한데, 최근 한 외국인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차를 몰다가 사람을 쳐 추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 위치. 그래픽= 송정근 기자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 위치. 그래픽= 송정근 기자

상인들은 이런 문제가 생계와 직결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식당 주인(55)은 "그저께(5일) 외국인 간 폭행사건이 발생해 경찰과 119구급대가 출동하는 등 최근 일주일 사이에 세 차례나 폭행사건을 목격했다"며 "대마초 등 마약을 하다가 적발된 외국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64)도 "무전취식을 해도 무서워서 항의를 못한다"며 "주민들과 단골손님까지 다 떠나서 문을 닫거나 월세를 몇 달째 밀려 내쫓길 처지에 놓인 곳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상권이 외국인 중심으로 재편된 것도 기존 상인들을 위축시키는 이유다. 현재 함박마을에 있는 음식점 120곳 중 외국인이 운영하는 곳이 75%(70곳)에 이른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노래방, 휴대폰 가게, 미용실 등도 외국인으로 주인이 바뀌고 있다.

자치단체 "상생 방안 찾겠다"


인천 연수구 연수1동 함박마을 한 건물 사이에서 폭행을 당한 외국인 남성이 쓰러져 있다. 독자 제공

인천 연수구 연수1동 함박마을 한 건물 사이에서 폭행을 당한 외국인 남성이 쓰러져 있다. 독자 제공

함박마을 상인들은 최근 연수구청에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진정을 냈다. 상인 77명으로 구성된 함박마을 한인상가 생존권 대책위원회는 진정서에서 "외국인들의 위법행위와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상인들까지 생겼다"며 "단속 강화와 함께 그동안 입은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연수구도 이에 내국인과 외국인 간 상생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연수구는 △골목상권 축제 개최와 상권 리모델링 지원 △내국인 상권 홍보와 언어 지원 등을 통해 내국인 상권 활성화 등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쓰레기 무단 투기와 불법 주·정차 단속 강화 △다문화 학생 취학 전 교육 의무 이수제 운영도 준비 중이다. 언어·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 해소를 위해 △고려인과 외국인 통합 지원을 위한 센터 설치 △외국인과 다문화 가족에 대한 보육·교육 서비스 지원 △한국어 학당 운영도 고려하고 있다.

연수구 관계자는 "내국인과 고려인 상인들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골목상가 축제를 열고 양측이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지원하겠다"며 "내국인 상인들에 대한 금전적 지원은 어렵기 때문에 상권 리모델링 등 다른 통로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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