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피가 모자라"... 청년 줄어드는 한국이 맞이할 필연적 미래

입력
2023.06.12 14:00
수정
2023.06.28 19:50
4면
0 0

[절반 쇼크가 온다: 1-② 2038 예측 시나리오]
혈액 부족, 고령화가 가져올 의료 디스토피아

편집자주

1970년 100만명에 달했던 한해 출생아가 2002년 40만명대로 내려앉은 지 20여년. 기성 세대 반도 미치지 못하는 2002년생 이후 세대들이 20대가 되면서 교육, 군대, 지방도시 등 사회 전반이 인구 부족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3부 12회에 걸쳐 '절반 세대'의 도래로 인한 시스템 붕괴와 대응 방안을 조명한다.


5월 18일 오전 광주 동부경찰서 주차장 헌혈버스에서 동부서 직원들이 헌혈에 동참하고 있다. 뉴시스

5월 18일 오전 광주 동부경찰서 주차장 헌혈버스에서 동부서 직원들이 헌혈에 동참하고 있다. 뉴시스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한국에서 분명히 오고야 말 필연적 미래가 바로 '피 부족' 사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변동에 따른 사회변화 전망 및 대응체계 연구' 보고서에서 "피를 주는 청년의 숫자가 줄고 피를 받는 고령층이 늘면서, 수혈용 혈액 부족이 만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얼마나 부족할 것이며, 언제부터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시작되는 걸까.

한국일보는 대한적십자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입수한 연령별 헌혈·수혈 실적(2010~2022년)과 통계청 인구추계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20년 150만 건 수준이던 헌혈 건수와 수혈 건수의 격차는 2050년 535만 건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처럼 청년층 중심으로 헌혈하는 구조가 이어진다면, 2040년에는 전체 헌혈 건수(162만건)가 80세 이상의 수혈 건수(171만 건)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헌혈 - 수혈 건수 격차 전망

헌혈 - 수혈 건수 격차 전망

이런 디스토피아적 예측은 인구구조 변화 탓에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나리오다. 지금 한국에서 헌혈을 주로 하는 연령대는 16~24세다. 신체가 건강하고, 복용하는 약물이 없어 헌혈 제한이 없으며, 특히 학교와 군대에서 주기적으로 집단 헌혈을 하기 때문이다. 적십자사에 따르면 16~24세 헌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4~2022년 평균 55%(건수 기준)에 달했다.

대신 수혈을 많이 받는 연령대는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큰 수술을 받는 65세 이상 고령층(2014~2021년 평균 50%)이다. 헌혈·수혈의 이런 연령적 특성을 고려하면, 고령자 인구가 급증하고 절반 세대(1970년생의 절반 이하인 2002년생 이후)가 청년층의 주류로 자리잡으면 피 부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 분명하다. 혈액의 특성상 보관 기간(적혈구제제 35일, 혈소판제제 5일, 혈장제제 1년)도 지켜야 하고, 수입(세계보건기구의 자급자족 원칙)도 쉽지 않다.


주요 국가별 헌혈자 비율. 적십자 제공

주요 국가별 헌혈자 비율. 적십자 제공


헌혈을 주관하는 적십자사도 헌혈의 연령 편중이 가져올 비관적 미래를 잘 알고 있다. 적십자사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10대와 20대 헌혈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중장년층 헌혈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45~49세 인구의 헌혈 비율은 2010년 1.28%에서 2022년 4.95%로 4배 가까이 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정도론 인구구조의 변화라는 큰 강물의 흐름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본보가 적십자의 헌혈 연령 다변화 정책이 가장 많이 반영된 지난해 실적을 반영해 시뮬레이션을 다시 진행했으나, 헌혈-수혈 최고 격차 시점이 2050년(최대 3.54배)에서 2053년(최대 3.41배)로 늦춰졌을 뿐, 큰 개선의 여지는 보이지 않았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금도 희귀 혈액형이 필요하거나, 백혈병 환자 등 수혈이 많이 필요한 질환의 경우 환자 가족이 직접 피를 주고 피 줄 사람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래엔 피가 없어 수술실을 열지 못하거나, 매혈(賣血)이 합법화할 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영화표 등 사은품을 통해 젊은이 중심으로 진행하는 헌혈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으며 수술에서 피를 아껴쓰도록 하는 규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헌혈공가제도(헌혈을 하면 휴가를 주는 제도) 활성화, 지방자치단체 헌혈장려조례 제정 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 확산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시뮬레이션을 했나요?

한국일보는 5세 단위로 분석된 헌혈·수혈 실적 통계를 기반으로 해당 연령대의 사람들 가운데 몇 %가 헌혈·수혈을 했는지 산출했습니다. 이 비율(10년 평균)을 장래인구추계(5세 단위)에 대입해 미래의 헌혈·수혈 건수를 예측했습니다. 시뮬레이션의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연령대별 헌혈 비율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됐을 경우 일어나는 총량의 변화'입니다. 다만 이 같은 미래는 헌혈 캠페인에 따른 헌혈 연령 다양화, 비수혈 수술의 증가 등 의료 기술 발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동순 기자
윤현종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