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적장애 동생 수면제 먹여 사망... 대법, 살인 무죄 판단 이유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적장애 동생 수면제 먹여 사망... 대법, 살인 무죄 판단 이유는

입력
2023.06.05 19:00
8면
0 0

동생 강가에 버리고 떠나... 결국 사망
검찰 "재산 노리고 물에 빠뜨려 익사"
대법원은 유기치사만 유죄로 인정해
"살해 증거 부족, 동기도 인정 안 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상속 재산을 독차지하려고 지적장애 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다만 살인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살인과 유기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6)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6월 28일 0시쯤 경기 구리 왕숙천 근처에서 지적장애 2급인 동생 B(사망 당시 38세)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전날 저녁 B씨에게 위스키 하이볼을 먹게 하고, 범행 직전에는 마약으로 분류되는 수면제까지 복용하게 했다. 검찰은 A씨가 깊은 잠에 빠져 흔들어도 깨어나지 못한 B씨를 왕숙천 물에 빠뜨려 숨지게 했다고 봤다.

검찰은 A씨의 경제적 이득을 살해 동기로 지목했다. 형제는 2017년 6월 부모의 사망으로 재산 34억여 원을 상속받았는데, 이 중 30%에 해당하는 11억여 원이 B씨의 몫이었다.

그러나 A씨는 동생의 몫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동생의 후견인인 숙부는 A씨를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 심판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은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커지자 A씨가 살인을 계획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유기 혐의는 인정했지만 살인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사망 전날 이상행동을 하고 연락까지 두절된 B씨에게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유기했다는 것이다.

결국 대법에서 '살해'는 무죄 확정

1심 재판부는 A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가 술과 수면제를 복용해 깊은 잠에 빠졌다"며 "설령 물에 빠졌더라도 수심이 1m 내외로 얕았던 점을 고려하면 스스로 익사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봤다. 제3자가 B씨를 익사시켰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근 CCTV 영상 등을 보면 A씨를 제외한 제3자는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또한 재산을 노린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A씨의 월 소득이 300만~6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신용카드 지출이 많게는 월 4,000만 원에 달했기 때문에, 소송 결과로 상당한 재산을 반환하게 될 경우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A씨가 B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물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B씨가 먹은 술과 수면제만으로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B씨가 어느 시점에 깨어나 실족 등으로 스스로 물에 빠져 사망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살해 동기도 인정하지 않았다. "A씨가 B씨와 4년을 함께 살았던 데다 신용등급도 정상"이라며 "상속재산 관련 소송도 조정 단계였던 점을 고려하면 A씨가 동생을 살해하려는 악성(惡性)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방치해 사망하게 한 혐의(유기치사 등)는 유죄로 봤으며,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수긍했다.

박준규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