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주년 기념 영화 '자우림, 더 원더랜드' 7일 개봉
팬 117명의 코러스로 리메이크 앨범 완성한 비화 공개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관객의 하루는 완벽하게 바꿀 것"
1997년, 홍대 클럽에서 ‘미운 오리’라는 이름의 밴드가 만들어졌다. 결성 한 달 만에 영화 ‘꽃을 든 남자’의 사운드트랙에 참여하게 된 이들은 ‘헤이헤이헤이’를 빅히트시키며 단숨에 국민적 밴드로 이름을 알렸다. 국내 최장수 혼성 록밴드 자우림의 시작이었다. 이후 자우림은 ‘미안해 널 미워해’ ‘매직카펫라이드’ ‘하하하송’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히트곡을 연이어 쏟아내며 스타밴드가 됐다. 지난해는 자우림의 데뷔 25주년. 밴드는 이를 기념하는 콘서트를 열고 새 앨범을 발매하는 등 어느 해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2007년 데뷔 10주년 당시 1년간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던 이들에게 25주년만큼은 어느 해보다 성대한 기념의 해가 된 것. 보컬 김윤아는 “10주년 때만 해도 ‘10년 일했으니 놀아야지’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이 팀이 언제까지 음악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며 “뭐든 할 수 있을 때 해놓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자우림, 더 원더랜드’의 일반 개봉을 앞두고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기획사 사무실에서 자우림을 만났다.
팬 117명과 25주년을 기념한 여정, 영화로 담았다
지난해 팬 117명을 코러스로 섭외해 대표곡 11곡을 녹음한 리메이크 앨범 발매는 단연 밴드 25주년 기념의 하이라이트 격이다. 영화 ‘자우림, 더 원더랜드’는 이 리메이크 앨범 제작 과정을 주로 담은 다큐멘터리(상영시간 79분)다. 지난 4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고, 7일부터 전국 메가박스에서 일반 관객을 만난다.
영화는 지난해 7월 발매된 25주년 앨범 제작 비화는 물론이고 지난해 12월 열린 25주년 기념 콘서트 활동기를 비롯해 1997년 데뷔부터 지금까지 자우림의 음악을 지탱해온 청춘과 삶,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담았다. 특히 25주년 콘서트 실황을 좀 더 생생히 전달하려 새롭게 믹싱된 오디오가 추가됐다. 오랜 자우림 팬들의 귀가 호사를 누릴 법하다.
25주년 앨범 제작 비화를 다루는 대목에서는 밴드를 깜짝 놀라게 한 팬들의 뛰어난 가창력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베이스 김진만은 “팬들의 노래가 함성 소리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노래를 너무 잘해서 꼭 한 명의 노래처럼 들리더라”며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영화 속 인터뷰를 통해 자우림의 오랜 동료 아티스트, 팬들이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한다. 멤버들은 이들의 속 얘기에 적잖이 놀라기도 하고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김진만은 “26년째 함께 일하는 음악감독께서 우리 노래 중 ‘팬이야’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신 걸 보고 처음 안 사실이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윤아는 “팬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많은 이들 인생에 (우리 노래가) 직접 관여돼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며 “제대로 된 길을 가야겠다고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더 나아진 톤으로 관객의 하루를 멋지게 바꿀게요”
25년간 자우림이 추구해 온 음악적 가치관을 정의하자면 '사회를 외면하지 않는 음악'이다. 자우림은 초기부터 꾸준히 사회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곡들에 담았다. 석연찮게 생산이 중지된 GM 전기자동차의 이야기를 다룬 정규 8집 수록곡 'EV1', 광적인 교육열을 소재로 한 정규 9집 수록곡 '디어마더', 약자에 대한 폭력을 비판하는 정규 10집 수록곡 '광견시대' 등이 대표적이다. 얼핏 이들이 음악으로 사회를 바꾸겠다는 사명감을 보여주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는 이들의 신조는 명확하다. 김윤아는 “음악이 사회를 바꾼 적이 있었나요?”라고 되묻곤 “사회를 바꾸는 건 정부나 기업이어야죠”라며 웃어 보였다. 그는 이어 “사회 문제에 대해 팬들과 ‘이런 생각도 있다’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자우림이 결국 음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건 ‘퇴보하지 않는 음악성’이다. 김윤아는 “음악은 ‘톤’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스스로 목소리를 타고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듣기 싫지 않은 톤을 만드는 데 집중했는데, 앞으로 더 듣고 싶은 톤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기타 이선규는 “영화에서 배순탁 평론가가 얘기하듯 가수의 목소리는 정점을 찍고 내려가기 마련인데 김윤아는 그렇지 않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지 지켜봐야겠다”고 무한신뢰를 표시했다.
여름 페스티벌, 연말 투어 콘서트까지 결성 26주년인 올해도 지칠 줄 모르고 활동하는 자우림에게 향후 목표를 물었다. 이달 중 솔로 콘서트를 앞둔 김윤아는 “음악이 사회를 바꿀 순 없지만 관객의 하루를 좋게 바꿀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진만이 말했다. “영화를 보시면, 저번보다 더 나은 노래가 나왔다고 자축하며 박수를 ‘짝짝’ 치는 모습이 곧 우리거든요. 그렇게 계속 ‘지난 앨범보다 더 좋은 앨범이 나왔구나’ ‘더 좋은 공연이 되었구나’ 하고 박수 칠 수 있을 때까지 활동하고 싶어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