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아시아 남성 성악가 첫 우승
"결선 무대 떨리기보다 즉각적 관객 반응 즐거웠다"는 Z세대 바리톤
"안 떨리고 재미있었어요. 관객 반응이 좋았거든요."
2000년생 'Z세대' 바리톤 김태한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아시아 남성 성악가 첫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도 전혀 들뜬 목소리가 아니었다. 4일 전화로 만난 김태한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끝난 2023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 무대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음악은 관객 앞에 서는 예술이고 관객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피드백이 즉각적이어서 정말 행복하고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김태한은 선화예고를 거쳐 나건용 사사로 서울대를 졸업했고, 현재는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스튜디오에서 김영미 교수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 '국내파'다. 중학교 때 잠시 밴드부로 활동하며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곡 등 가요를 즐겨 불렀던 그는 예고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 나그네' 등에 빠져들었다.
김태한은 지난해 9월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로 데뷔한 성악계 샛별로 2021년 국내에서 개최된 한국성악콩쿠르, 한국성악가협회 국제성악콩쿠르, 중앙음악콩쿠르에서 각각 2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스페인 비냐스·독일 슈팀멘·이탈리아 리카르도 잔도나이 등 3개 국제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김태한은 "관객에게 언어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최대한 과장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노래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악을 시작할 때부터 음정, 박자만 익히지 않고 시와 시인을 공부하는 등 곡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공부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 기간 정확한 발음으로도 눈길을 끈 김태한은 "외국인으로서 외국어 노래를 하면 듣는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생각해서 발음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원어민의 노래를 많이 듣고 세세하게 따라 해 보곤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벨기에 일간지 르 수아르는 김태한의 노래에 대해 "부드럽고 절제된 소리에 진정성을 담아 노래한다. 안정적 고음은 감동적이며 이야기를 성숙하고 섬세한 방식으로 전달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바리톤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9월부터 2년간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활동하면서 단역·조역부터 차근차근 오페라 경력을 쌓아 나갈 계획이다. 당장 베르디 '맥베스'의 혼령 역, 푸치니 '토스카'의 문지기 역 등을 맡게 된 그는 "작은 역할이지만 세계적 대가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 무척 설렌다"고 말했다.
김태한은 호스트 패밀리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호스트 패밀리 덕분에 하루하루 행복하게, 기쁘게 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어요. 거실에 그랜드피아노를 갖춘 작은 연주홀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원할 때마다 연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 주셨죠. 음식도 매번 먹고 싶은 대로 주문해 주셨는데, 한국 음식은 제가 별로 먹고 싶지 않던데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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