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철로가 피로 물들었다"... 인도서 '21세기 최악 열차 충돌' 참사, 최소 275명 사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철로가 피로 물들었다"... 인도서 '21세기 최악 열차 충돌' 참사, 최소 275명 사망

입력
2023.06.04 21:00
수정
2023.06.04 22:00
17면
0 0

'1257명 승객' 여객열차, 주차 중 화물열차와 충돌
맞은편서 달려오던 다른 여객열차와 2차 충돌까지
"50명 승객 밖으로 튕겨져"... 사고 현장 '아비규환'
사상자 1300명 넘어... 21세기 최악의 '열차 참사'

3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 발라소르 지역에서 전날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로 구겨진 객차들이 선로에 쌓여 있다. 발라소르=AFP 연합뉴스

3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 발라소르 지역에서 전날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로 구겨진 객차들이 선로에 쌓여 있다. 발라소르=AFP 연합뉴스

“객차가 찢어졌다.”(미국 CNN방송)

“철로가 온통 피바다였다.”(생존자 아누바브 다스)

2일 저녁(현지시간) 인도 동북부 오디샤주(州)에서 발생한 열차 3중 충돌 사고 현장은 참혹, 그 자체였다. 운행 중 탈선한 여객열차가 정차해 있던 화물열차에 부딪힌 뒤, 다시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다른 여객열차와 충돌한 이번 사고로 숨진 사람은 최소 275명. 부상자는 1,100명이 넘는다. 일단 구조·수색 작업이 종료됐지만 열차 잔해 밑에 깔린 사람이 적지 않은 데다, 중상자도 많아 사망자 수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1세기 최악의 열차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찢어진 열차

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전날 오후 3시 20분 콜카타를 출발해 남쪽으로 향하던 고속 여객열차 ‘코로만델 익스프레스’가 오후 7시쯤 오디샤주 발라소르 지역의 ‘바하나가 바자르역'에 주차돼 있던 화물열차를 들이받으면서 일어났다. 당시 코로만델 열차는 시속 126~130㎞로 달리고 있었는데, 메인 선로가 아닌 환상선(環狀線·고리 모양의 부설 선로)에 진입하는 바람에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로 인해 승객 1,257명을 태웠던 코로만델 열차는 탈선하게 됐고, 객차 21량이 트랙에서 튕겨져 나갔다고 NYT는 초기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전했다. 게다가 3량은 다른 철로로 엎어지기도 했다. 바로 이때 승객 1,039명이 탑승한 채 반대 방향에서 오던 또 다른 여객열차 ‘하우라 슈퍼패스트 익스프레스’가 철로에 진입하면서 2차 충돌이 발생했다. 하우라 열차 뒷부분의 객차 2량도 철로에서 이탈했다. 탈선 차량들은 크게 뒤틀리며 선로에 누웠고, 일부 차량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구겨졌다.

무방비 상태였던 승객들은 충돌에 속수무책이었다.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탈선 충격으로 50여 명의 승객이 창문이나 문을 뚫고 나와 바깥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열차가 기울고 중심을 잃은 승객들이 넘어져 몇 겹씩 포개지며 객실 내부는 뒤죽박죽이 됐다. 코로만델 열차의 A3호차에 탑승했던 생존자 라메쉬는 인도 ABP뉴스에 “A1, A3 객실에 타고 있던 이들은 경미한 부상만 입고 탈출했지만, (탈선한) B7 객차 뒤 승객들은 대부분 살아남지 못했다”고 말했다.

3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 발라소르 지역에서 국가재난대응군 인력들이 전날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의 잔해를 수색하며 생존자와 시신을 찾고 있다. 발라소르=EPA 연합뉴스

3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 발라소르 지역에서 국가재난대응군 인력들이 전날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의 잔해를 수색하며 생존자와 시신을 찾고 있다. 발라소르=EPA 연합뉴스


피범벅 된 철로, 사지 없는 시신..."21세기 최악의 사고"

공식 집계된 사상자만 1,300명을 훌쩍 넘긴 참사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코로만델 열차 승객인 아누바브 다스는 트위터에 “철로가 온통 피로 물들었다. 팔다리가 없는 시신도 있었다. 그 장면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다른 생존자도 지역 뉴스 채널 NDTV에 “객차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더니 (철로 부근에) 사람의 팔다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손과 사지를 잃은 이들, 얼굴이 심하게 훼손된 부상자도 봤다”고 말하며 몸서리를 쳤다.

현장 수색 작업은 3일 오후 공식 종료됐다. 수드한슈 사란지 오디샤주 소방응급책임자는 “2일 밤 10시까지 잔해에서 생존자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살아 있는 이가 없다는 판단하에 구조 및 수색 작업을 종료했다”라고 밝혔다. 당국은 당초 사망자가 최소 288명이라고 발표했으나, 이후 중복 집계가 있었다며 275명이라고 정정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참사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모디 총리는 “정부는 이번 사고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며 “책임자가 밝혀지면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사망자 유족에게 1만2,000달러(약 1,50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번 참사의 사상자 규모는 2000년대 들어 인도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인도 최악의 열차 사고는 1981년 비하르주에서 여객열차가 사이클론 탓에 선로에서 이탈해 강으로 떨어져 약 800명이 사망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1995년 뉴델리 인근에선 358명이 숨지는 열차 충돌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