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중국을 공박하면서 동시에 협력을 당부했다. 이 장관은 3일 싱가포르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세션 연설에서 "책임 있는 국가가 (유엔 안보리) 거부권을 행사해 대북 결의안을 채택할 수 없었다"고 중국을 겨냥하면서도, 중국과의 양자회담에서는 "한중관계를 건설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이자 북한의 '뒷배'인 중국을 향한 정부의 애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장관은 이날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지속적 도발은 한반도 및 지역 평화·안정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임을 지적하고,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또 양국은 △고위급 상호방문 △전략대화 △각군 교류협력을 재개하고 양해각서(MOU)를 개정해 국방협력을 증진시켜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2014년부터 진행된 중국군 유해송환사업과 지난해 확대된 해·공군 직통전화의 유용성을 평가하고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했고, 중국도 공감하고 있다”며 “상호 존중과 호혜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건설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국 측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자신들이 해야 할 노력을 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은 당초 40분에서 10분 늘어났다.
회담을 앞두고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 장관이 ‘지역긴장 해결’을 주제로 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했는데 “일부 국가들이 ‘규칙 기반의 질서’를 위반하는 북한의 불법적 행위를 방기하고 있다”며 “일부 책임 있는 국가들의 반대로 인해 지난해 북한의 전례 없는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단 한 건의 추가적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도 채택되지 못했다”고 통렬하게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 장관이 지목한 ‘책임 있는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둔 것이다.
다만 중국은 이 같은 발언을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4일 “중국 측의 반발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이나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를 비롯한 한미일 3국 군사협력에 대해서도 중국은 별반 언급하지 않았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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