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8.8조 줄어 법인세 버금
세수 부족 경고등... "분배 개선을"
올 들어 넉 달간 부동산ㆍ증권 등 자산 관련 세수가 지난해보다 9조 원 가까이 급감했다. 16조 원에 육박하는 법인세수 감소폭에 버금가는 규모다. 작년 글로벌 고금리에 따른 자산시장 위축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지만 당장 모자란 세수를 충당하는 일이 급선무인 만큼 감세 기조를 정부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게 제출한 1~4월 세수 실적 자료에 따르면, 누계 기준일 때 올해 법인세 다음으로 작년보다 세수가 많이 줄어든 세금이 양도소득세(양도세)와 상속증여세, 증권거래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농어촌특별세(농특세) 등 자산 관련 세금이다. 4개월간 법인세가 51조4,000억 원, 자산세가 15조6,000억 원 걷혔는데 각각 작년보다 15조8,000억 원, 8조8,000억 원 적다. 하지만 감소 비중으로 따지면 자산세(-36.1%)가 법인세(-30.8%)보다 크다. 더 심하게 세수가 빠졌다는 얘기다.
핵심 배경은 ‘거래 절벽’이다. 코로나19 피해 완충용 유동성 과잉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며 급등한 물가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작년 6월부터 미국이 공격적 금리 인상에 나섰는데, 그 바람에 글로벌 자산시장이 얼어붙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결과 각각 전년비 4조5,000억 원, 4조 원 빠지며 작년 이미 감소세로 돌아선 양도세ㆍ증권거래세가 올 들어서도 넉 달 만에 각 7조2,000억 원, 7,000억 원 덜 들어왔다. 여기에 수출 부진에 따른 법인세수 감소분까지 합칠 경우 적어도 4월까지 누적 세수 마이너스(-) 33조9,000억 원의 70%가 미 통화긴축발(發) 글로벌 고금리 여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외부 요인이 전부는 아니다. 1~4월 기준 작년 대비 1,000억 원 줄어든 종부세의 경우 윤석열 정부가 ‘정상화’를 명분으로 밀어붙인 작년 말 감세 개편을 통해 과세 기준 공시가격이 올라가고 세율이 내려갔다. 그런 데다 올해 공시가까지 대폭 떨어져 연말 세수 감소 규모가 올 세입 예산안의 정부 예상 감소치(1조1,000억 원)를 훌쩍 뛰어넘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같은 기간 5,000억 원 줄어든 상속증여세 수입은 현 정부의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로 인해 징벌세 회피용 부동산 증여가 감소하며 발생한 부작용 중 하나다. 증권거래세와 종부세 등에 붙는 부가세(surtex) 성격의 농특세는 해당 세목 세수가 감소하며 덩달아 4,000억 원 가까이 줄었다.
올해도 올해지만 내년 세수 역시 걱정거리다.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이 내년까지 이어질 공산이 큰 데다, 법인세 등 감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때도 내년이어서다. 현 정부가 2년 차에 들어섰고 여소야대 국회 구도도 그대로라 올 7월 정기 세제 개편에서 큰 틀은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감세 기조가 유지되리라는 뜻이다. 빠듯한 세수 여건도 지속될 개연성이 크다.
문제는 우선 대(對)정부 신뢰다. 감세가 경기를 부양하고 결국 세수 증대로 귀결되리라는 정부 기대는 당장 세수 부족이라는 확실한 현실에 견줘 막연해 보일 수밖에 없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주도 산업정책이 부활하고 있는 격변기에 시장이 정부의 자금 조달 능력을 믿게 하려면 정부가 세수 확충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아무래도 고소득층일수록 혜택이 클 수밖에 없는 자산세 감세가 지금처럼 성장률 지탱이 긴요한 시기에 합당한 정책인지에 대한 회의감도 적지 않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위 소득 20%의 소득 비중 증가가 성장률을 낮추는 반면 하위 소득 40% 소득 비중 증가는 성장률을 높인다는 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상 실증연구 결과”라고 주장했다. 저성장을 타개하려면 세제의 분배 기능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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