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 대화서 중일 국방 수장 회담
"핫라인 안정적 운영" 대화 필요성 공감
센카쿠·대만 문제엔 서로 강한 견제구
중국과 일본의 국방 수장이 3일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만나 동중국해 정세와 대만 문제에 대해 논쟁하며 신경전을 펼쳤다. 다만 이번 회의 기간에 중국이 일본과의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의 회담 요청을 거부했던 것과는 대비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4일 NHK방송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과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장관은 전날 회담에서 중일 간 대화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현안에 대해선 서로 강하게 견제하는 발언을 주고받았다.
리 부장과 하마다 장관은 우선 올해 5월 중국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 사이에 개설한 핫라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대화와 소통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16일 핫라인을 통해 통화한 바 있다. 이들은 모두발언에서 “솔직한 논의와 깊이 있는 소통으로 안정적 관계를 구축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양국은 중국군과 자위대 간 방위 교류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나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각자 입장을 고수하며 강하게 견제했다. 하마다 장관은 “센카쿠 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정세를 비롯해 일본 주변 해역에서 중국군의 군사 활동이 활발해지는 등 안보상 많은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와 공조해 일본 주변에서 군사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반면 리 부장은 “더 이상 대만 문제에 손대지 말라”며 맞받았다. 그는 “대만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 문제”라며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않기 바란다”고 일본 측을 압박했다. 또 “댜오위다오 문제는 중일 관계의 전부가 아니다. 양측이 장기적이고 큰 틀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며 “일본 측이 중국에 다가서서 마찰과 충돌을 피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두 사람 간 회동은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중국이 미국의 회담 요청을 거부한 가운데 열렸다. 요미우리는 “미국 국방부 관계자가 ‘중국이 일본과는 회담하면서 미국과의 대화는 거절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리 부장 간 회담 개최를 제의했으나, 중국이 “리 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가 먼저”라며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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