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사무금융우분투재단 설문조사
퇴근 뒤 연락에 집·카페 등에서 무급노동까지
"법 고쳐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해야"
야간 근무를 마치면 자야 하는데 끊임없이 울리는 업무 카톡에 잠들기가 힘듭니다. 응답을 안 한다는 이유로 단체 카톡방에서 '강퇴'(업무 배제)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직장인 A씨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퇴근 후나 휴일에도 업무 관련 연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근무시간 이외의 연락이 숨 쉬듯 쉬워졌지만, 이로 인해 휴식과 업무 시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퇴근 후 업무 연락으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장인 60% "퇴근 후에도 업무 연락 경험"
4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3월 사무금융우분투재단과 함께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0.5%는 퇴근 이후와 휴일 등에 직장에서 전화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업무 연락을 받는다고 답했다. 이런 연락을 매우 자주 받는다는 비율은 14.5%나 됐다.
퇴근 뒤 자유로운 연락이 추가 업무까지 유발한다는 직장인도 적지 않았다. 퇴근 이후에 집이나 카페 등에서 업무를 한다는 응답 비율이 24.1%였다. 연령별로는 △20대 27.3% △30대 25.8% △40대 24.4% △50대 이상 20.6% 등 연령이 낮을수록 이 같은 응답률이 높았다. 경기연구원이 2021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데, 당시에는 응답자의 87.8%가 퇴근 후 업무 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손쉬운 연락은 일을 핑계로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회초년생 B씨는 "상사가 열심히 살아야 한다며 퇴근 후 주말 일정을 자신이 짜주면 시키는 대로 할 수 있는지 물었다"며 "연차휴가 중에는 오후 8시에 전화해 다음 날 업무를 지시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C씨는 "8개월째 퇴근 후 집에서 공정설계도를 그려오라고 한다. 한 장에 2시간이 걸리는데, 매일 3장씩 그리게 시킨다"고 하소연했다.
해외에서는 이런 부작용을 고려해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명문화하는 추세다. 프랑스는 50인 이상 사업장이 근무시간 이후 연락할 조건을 노사 협정으로 정하게 했고, 벨기에는 20인 이상 사업장 단체협약에 '정규 근무시간 이후 상사 전화에 답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했다.
노동계에서는 우리도 근로기준법에 △근로시간 외 사용자 연락 금지 △부득이한 연락 시 상응하는 보상 지급 등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한국도 경기 광명시가 퇴근 후나 휴일에 SNS로 업무 지시를 하지 않겠다는 직원 인권보장을 선언하는 등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이 일부 이뤄지기는 한다"면서 "이런 흐름에 실효성을 부여할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폐기되거나 국회에 잠들어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노동자는 휴식 시간에 사생활과 업무로부터의 자유 등을 보장받아야 한다"면서 "휴식권의 온전한 보장을 노동시간 제도의 중요한 본질적 요소로 인식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