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속담이 있지만 아침에는 선선하고 낮에는 무더운 요즘 같은 초여름에는 큰 일교차로 환절기 감기에 노출되기가 쉽다.
특히 자칫 목숨을 위협하는 '뇌수막염'일 수도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세균과 바이러스 번식이 활발하고 환절기 날씨로 면역력이 약해지기 쉬운 요즘은 뇌수막염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감기와 증상이 유사한 뇌수막염은 증상이 의심되면 재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송준섭 의정부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낮에 땀을 많이 흘리고 놀다가 저녁 찬 공기에 노출되면 감기에 걸리기 쉬우니 자녀들에게 반바지나 민소매 대신 얇은 긴 옷을 입히고 신체 활동도 조금씩 늘려 자연스럽게 낮과 밤의 다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감기와 비슷한 초기 증상
자녀가 으슬으슬 몸에서 열이 나고 두통을 호소한다고 무조건 감기로 여겨 감기약만 먹어서는 곤란하다. 초여름 더위에 춥고 열이 나는 증상이 있으면 흔히 감기나 냉방병만을 의심하기가 쉽지만 이 시기에는 감기 외에도 의외의 위험한 복병이 있기 때문이다.
뇌수막염(Meningitis)이 그것인데, 뇌를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발생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원인 균에 따라 증상 및 예후(치료 경과)도 다양하다.
이 중 세균성이나 결핵성이라면 사망률도 높고 치유된 후에도 인지기능 장애, 뇌혈관 장애, 반복적인 경련 발작 등 후유증이 생긴다. 무균성 뇌수막염의 80% 이상은 장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감기를 앓기 전후에 많이 나타난다. 대부분 7~10일이면 거의 회복되지만 드물게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초기에는 발열이나 두통 등 일반 감기와 비슷하게 시작되고, 구토ㆍ복통 등 소화기 증상도 나타나므로 감기나 위장관염으로 잘못 진단되기도 한다. 심하면 목이 뻣뻣해져서 고개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구토ㆍ고열로 탈진돼 몸이 처지게 된다.
따라서 감기 증세나 다른 특별한 이유도 없이 열 나면 뇌수막염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열ㆍ심한 두통이 지속되면 빨리 병원에 가보는 게 좋다.
◇뇌수막염 의심되면 병원 찾아야
다행히 무균성은 후유증이 거의 없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특별한 치료가 없어도 자연적으로 호전되며 열ㆍ두통ㆍ탈수 등에 대한 증상 완화 요법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영ㆍ유아나 노인에게는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집에서 간호할 때는 우선 실내 온도를 20~22도, 습도는 60% 정도로 유지하며, 대부분 열이 동반되므로 해열제를 구비했다가 응급 처치하면 해열ㆍ진통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때 미지근한 물로 온몸을 마사지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송준섭 교수는 “일부에게 항생제 등 긴급 치료가 필요한 세균성 뇌수막염일 가능성도 있는 만큼 뇌수막염이 의심되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했다.
◇개인 위생 철저히 해야
뇌수막염을 옮기는 바이러스는 건강한 성인에서는 문제되지 않지만 영ㆍ유아나 면역력이 떨어진 만성질환자, 노인 등에서 전염력이 강한 게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1~2일 전부터 증상을 보인지 10일 후까지 전염력이 지속된다.
주로 감염된 사람 대변ㆍ침ㆍ가래ㆍ코 분비물 같은 호흡기 분비물로 옮긴다. 감염된 사람이 만진 것을 건드리거나 악수한 뒤 코ㆍ입ㆍ눈 등을 비비면 쉽게 감염될 수 있다.
송준섭 교수는 “대변을 가리지 못하는 영ㆍ유아는 공동생활을 하는 놀이방이나 유치원 등에서 전염된다”며 “뇌수막염 유행 시기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엔 되도록 가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예방하기 위해선 외출 후에는 손발을 씻고 양치질해야 하며, 장바이러스는 주로 대변에 많이 있기에 대변 본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또 수돗물은 물론 정수기 물도 끓여 먹는 게 좋으며, 음식은 항상 익혀서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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