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권고했다.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현재 한전에 위탁해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되고 있는 수신료를 KBS가 따로 징수하게 된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국민 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상 공영방송의 존립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이 중대한 정책 결정을 대통령실이 온라인 여론조사로 밀어붙이는 것이어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 국민제안 사이트에 국민참여토론 안건으로 '수신료 징수 개선'을 올려 5만6,226건의 추천(97%)을 받은 것을 근거로 시행령 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중복참여도 막지 않고 표본추출도 하지 않은 허술한 여론조사만을 근거로, 전문가 공청회 등 어떤 형태의 숙의도 거치지 않고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 통합 징수가 폐지되면 KBS 수입의 45%를 차지하는 수신료 수입이 크게 줄어들 텐데, 그 여파에 대해선 아무 대책도 없으니 정상이라고 할 수 있겠나. “수신료를 무기로 공영방송을 길들이겠다는 선포”(강선우 민주당 대변인)라는 시선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분리 징수가 실행되면 KBS는 공영방송 정체성이 위태로워질 게 자명하다. 수신료 수입 급감으로 대외 방송, 국제 방송, 장애인 방송, 클래식음악 방송 등 공익사업이 축소되고 광고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편성에 상업성이 강화될 것이다. KBS에 대한 불만과 수신료 거부 여론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더 좋은 공영방송을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어야지 공영방송을 상업화하는 것으로 가서는 안 된다. KBS도 공공성을 더 강화해 국민 여론을 제 편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2008년 수신료 통합 징수 합헌 판결 때 헌법재판소는 수신료가 시청의 대가가 아니라 공영방송이라는 공익사업의 소요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특별부담금이라고 규정했다. 정부는 이를 존중해 분리 징수를 재고하고, 공영방송 발전을 지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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