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난민위원회, '세계에서 가장 방치된 위기' 보고서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전 세계 관심과 지원이 쏠리는 사이 최빈국들이 신음하고 있다. 2015년부터 정치적 불안에 시달리며 200만 명 넘는 난민이 발생한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는 '세계에서 가장 방치된 위기 (국가)'로 꼽혔다.
노르웨이난민위원회(NRC)는 1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방치된 난민 위기'라는 제목의 연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NRC는 지난해 △재정 지원 △언론의 관심 등을 기준으로 더 많은 국제사회 원조가 필요한 10개국을 선정했다. 부르키나파소가 첫손에 꼽혔고, 콩고민주공화국, 콜롬비아, 수단, 베네수엘라, 부룬디, 카메룬, 말리, 엘살바도르, 에티오피아가 뒤를 이었다. 오랫동안 정치적 불안정과 정권의 폭력, 식량 위기 등에 시달려온 대표적 빈국들로, 7개국이 아프리카에 몰려 있다.
이들의 시름은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더욱 깊어졌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지원이 집중되면서 지난해 아프리카 원조액은 340억 달러(약 44조4,200억 원)로, 전년보다 7.4% 줄었다. 지난해 이 10개국이 받은 실제 원조액은 유엔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지원금보다 220억 달러(약 28조7,400억 원)나 부족했다고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공개했다. 부르키나파소는 지난해 유엔이 요청한 8억500만 달러(약 1조1,100억 원) 중 42%만을 받았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요청한 자금의 약 90%를 지원받았다.
언론의 주목도 차이는 지원액 차이로 이어졌다. OCH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 한 명당 1달러가 모일 때, 10개국에선 1인당 25센트만 모금됐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난민 문제를 다룬 각국 언론 보도는 10개국 관련 기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5배 이상 더 많았다. 전쟁이 빈국의 식량 위기를 부추기고 도움이 필요한 취약층 규모를 늘렸다고 NRC는 전했다.
얀 에게랜드 NRC 사무총장은 "빈국에서 매년 수백만 명의 피란민이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버려지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며 "우크라이나에 전 세계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지원을 했듯 부르키나파소와 콩고민주공화국 등에도 동일한 인류애를 보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난해 10개국이 받지 못한 220억 달러는 유럽인들이 1년간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정도 규모(2021년 유럽 아이스크림 시장 추정 규모 217억 달러)"라며 "더 많은 기부자들과 새로운 기부국들이 나서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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