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4개월 전 변호사 단체 기자회견서
"대통령 제대로 지명해야 생각 같아져"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초안에 성(性)소수자를 혐오하는 듯한 표현을 넣었다 삭제해 논란이 된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차관급)이 1년 전 공개 기자회견에서 진보성향 인권위원들에게도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 상임위원은 보수성향 변호사 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소속으로 활동하던 지난해 6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북한인권법 시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인권위 11명 중 보수 또는 중도가 단 2명이고 9명이 온통 진보다. 그러다 보니 (북한 인권 문제는) 무슨 얘기를 꺼내도 매번 부결당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언은 그다음에 등장했다. 그는 “어쩌겠냐, 멱살 잡고 두들겨 패서 찬성하라고 만들 수도 없고”라고 했다. 이어 “진보 쪽 위원들에게 ‘빨리 안 물러나느냐’고 하면 고발당할지 모르니까 세게 말할 순 없다”면서도 “대통령과 차기 대법원장이 제대로 인권위원을 지명하면 우리 모임하고 생각이 같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추천을 받아 지난해 10월 상임 인권위원으로 선출되기 4개월 전 발언이지만, 인권위를 지나치게 정치성향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인식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인권위 혁신위원회에서 활동한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인권위는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단체”라며 “국가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원칙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준에 맞는 인권적 시야를 갖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 상임위원은 발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본보에 “당시 인권위원 9명이 진보 이념에 매몰되어 있었던 건 객관적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가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이즈예방법)’에 대해 위헌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내기로 한 사례를 들며 “(위원들이) 심한 좌편향이고 행동이 통일되어 있다고 지적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임위원은 현재 인권위 직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진정이 제기돼 내부 조사도 받고 있다. 올해 2월 그가 내부 게시판에 “A조사관이 사적으로 친한 사람의 의견을 개인적으로 요청했고, 조사 경과와 방법도 미흡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직원 6명이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평가한 글은 참기 힘든 모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이 상임위원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한 것이다. 앞서 이 상임위원은 성(性)소수자를 혐오하는 듯한 내용의 결정문 초안을 써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 결정문 소수의견 초안에 ‘게이(남성 동성애자)가 항문이 파열되어 기저귀를 차고 살면서도 스스로 좋아서 그렇게 사는 경우에 인권침해라고 인식시켜줘야 하는가’ 등의 표현을 썼다가 지운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서도 이 상임위원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A조사관이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요청해 답변한 것”이라며 “오히려 해당 직원이 징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혐오 표현 역시 “초안을 작성하다 떠오른 논리를 썼다가 게이와 해병대는 관련이 적다는 생각에 스스로 지웠다”면서도 “게이 중에 기저귀를 차고 사는 경우가 있는 건 객관적 진실이니 혐오 표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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