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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 개혁이 늦다면, '퇴직연금' 개혁부터 시작하자

입력
2023.06.05 04:30
수정
2023.06.22 10:2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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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최대 숙제였지만, 이해관계 집단의 대치와 일부의 기득권 유지 행태로 지연과 미봉을 반복했던 노동·연금·교육개혁. 지속가능한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3대 개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한다.

연금개혁 : <6> 퇴직연금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퇴직연금, 노후 안전망 삼아
운용성과 높여 축적자산 늘리고
대형화·기금 간 경쟁 유도해야

어느 사회든 연금제도의 목적은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연금제도가 제도의 안정성과 더불어 노후생활을 위한 적정소득을 충족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공적연금의 가처분소득기준 소득대체율은 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2%)에 크게 못 미친다(OECD, 2021). 그러나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최근의 논란에서 보듯이 공적연금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다층연금체계하에서 퇴직연금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함을 의미한다. 지난 10년간 덴마크, 네덜란드, 호주의 퇴직연금이 얻은 연평균 실질수익률은 각기 5.3%, 6%, 6.1%이며, OECD 평균은 3.5%이다. 이에 비해 우리 퇴직연금은 1.7%에 그친다. 이는 우리가 운용성과 제고를 통해 연금자산의 축적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음을 말해준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 결과는 우리가 선진국 수준으로 퇴직연금 운용제도를 개혁할 경우 소득대체율(공적연금+사적연금)이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70% 수준으로 상향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러나 우리의 사적연금 가입률은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17%로 강제가입이나 자동가입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네덜란드(93%), 호주(79%), 미국(68%) 등의 연금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친다. 또 국민연금 가입자 중 퇴직연금 가입자의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이는 퇴직연금을 통한 노후보장이 소득수준 중간 이상의 계층에만 적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퇴직연금이 전 국민의 보편적인 노후소득 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무가입 제도화, 자영업자와 비정규 근로자의 가입 확대를 통해 전 국민 퇴직연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미국과 호주는 각기 '401(k) 자동가입'과 '슈퍼애뉴에이션 강제가입'을 통해 가입률이 대폭 제고되고 퇴직연금 강국이 되었다. 급여 수령의 연금화도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퇴직자가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인출하고 있는데, 이를 미래 장기간에 걸쳐 연금 형태로 수령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 가입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를 통해 연금자산의 축적과 연금화의 선순환을 유도하여야 한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 1인당 사적연금자산 축적은 1만9,428달러(공적연금을 포함하는 경우 4만7,686달러)로 덴마크, 호주, 미국, 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낮다. 적정 노후생활을 위한 연금자산의 축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자산에 대한 분산투자로 위험분산과 수익률 제고 효과를 얻고 장기투자를 통해 복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자산배분은 투자성과를 결정하는 지배적인 요인이며, 특히 퇴직연금과 같은 장기투자일수록 그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국내 퇴직연금자산 운용에서 위험자산 비중은 10% 내외이다. 반면, 주요 연금선진국과 OECD 평균은 50% 이상이다. 이는 우리 시장에서 운용수익률을 높이고 연금자산을 효과적으로 축적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자산배분과 장기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개혁이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연금자산 운용에서 또 하나 강조할 것은 규모의 경제를 얻고 자산배분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디폴트옵션과 적립금운용위원회 등 제도개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대일 계약에 기초한 계약형 제도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갖는다. 기금의 대형화와 전문성을 갖춘 운용위원회를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기금형제도의 확산이 필요하다. 개별기업, 기업집단, 산업, 이해단체별로 다양한 기금이 구성되고 연합을 통해 대형기금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호주의 소매형 기금과 같이 가입자 특성별로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금도 필요하다. 다양한 기금에의 자유로운 가입과 이동으로 기금 간 경쟁을 유도하고 가입자 편익을 제고시킬 수 있어야 한다.

공적연금의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퇴직연금 개혁은 우리 국민의 노후소득을 강화하는 효율적인 대안이다. 퇴직연금이 전 국민의 보편적인 노후소득 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는 제도개혁을 기대한다.

글 싣는 순서-연금개혁

<1> 왜 연금개혁인가? (윤석명)
<2> 연금개혁 국제동향 (윤석명)
<3> 노후소득보장의 적정성 (오건호)
<4> 다층적 노후소득체계 (양재진)
<5> 국민연금과 노후소득보장 (김태일)
<6> 퇴직연금 (박종원)
<7> 국민연금기금 효율적 운용 (박영석)
<8> 3대 직역연금과 국민연금 (윤석명)
<9> 노동·교육개혁과의 연계 (이근면)


박종원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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