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울산역 인근 야산에 40m 높이
정주영, 최종현 등 대기업 창업주 물망
기업 오너 2,3세에 재투자 동기 부여
"세금으로 재벌 우상화" 반발도
울산시가 250억 원을 들여 도심 관문인 KTX울산역 인근에 기업인 흉상 건립을 추진한다. 울산 연고기업 오너 2,3세들에게 재투자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취지지만, 세금으로 재벌을 기리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31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는 울산을 빛낸 기업인을 널리 알리고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내년 8월까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소유 울주군 언양읍 야산에 ‘위대한 기업인’ 조형물을 건립한다. 조형물은 미국 대통령 얼굴 조각상인 ‘큰 바위 얼굴’과 비슷한 형태로 울산~언양 간 24호 국도에서도 조망이 가능하도록 높이 40m 흉상으로 제작된다. 흉상을 받치는 기단까지 감안하면 조형물 자체 높이만 아파트 20층에 달한다. 소요 예산은 부지 매입비 50억 원과 조각상 설계·제작·설치비 200억 원 등 총 250억 원으로 추경을 통해 충당한다.
사업의 근거가 될 ‘울산시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 추진 및 지원 조례안’은 6월 시의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시는 조례가 통과되면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기업인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물망에 오른 기업인은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초대회장과 SK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 최종현 선대회장이다.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등도 거론된다. 시 관계자는 “‘산업수도’ 울산 발전에 기여한 기업인들을 발굴해 기업가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기업하기 좋은 도시 이미지 고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 수렴 등 절차상 문제와 적절성 여부를 두고 반발이 거세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이날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차 추경예산 284억 원 중 전체에 88% 이상이 흉상 건립을 위한 예산”이라며 “원포인트 추경이라고 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시민들의 의견은 묻지도 듣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논평을 통해 “기업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념물을 건립해 대대손손 기억하고 존경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기업인 조형물 건립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울산시민연대도 성명을 내고 “거대한 흉상을 시민 세금으로 조성하면 친기업 도시가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기업우선주의를 표방하는 이익단체에서마저도 어리둥절해 할 만한 일차원적 일을 추진해 울산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김두겸 시장은 “예술도시는 예술인을, 공업도시는 기업인을 예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인 2,3세로 갈수록 희석되고 있는 울산에 대한 연고의식을 되살려 기업 이탈을 막고, 재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철저히 이윤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이탈 중인 기업인 2,3세의 경영마인드를 이른바 ‘애향심 마케팅’으로 되돌려보겠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박물관 등 실내보다 울산 관문에 기업인 흉상을 세우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 기업인들에게도 울산을 각인시켜 투자 유치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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