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유연근무·성평등 육아 가속
20·30대, 고학력 여성 취업도 도드라져"
팬데믹 이후 여성 취업자 수 증가세가 남성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육시설 일시 폐쇄로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기혼 여성의 취업률도 빠르게 늘고 있다.
31일 한국은행 조사국이 낸 '여성 고용 회복세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고용률은 팬데믹 초창기였던 2020년 1월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남성은 같은 기간 0.3%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팬데믹 초기(2020, 2021년) 여성 고용이 유독 침체된 것과 상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년 전 당시 한은 조사국은 "강력한 방역 대책으로 여성 취업자가 많은 대면 서비스업이 큰 충격을 받았고, 보육시설이 일부 폐쇄되며 육아 부담이 큰 기혼 여성의 노동 공급이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리고 이를 '시세션(she-cession)'이라 명명했다. 여성 대명사(she)와 침체(recession)의 합성어다.
이날 한은은 시세션에 빗대 여성 고용 회복(recovery) 양상을 '시커버리(she-covery)'로 칭했다. 특히 ①20·30대 ②고학력 ③기혼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가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그중 20·30대, 고학력 여성의 증가는 "산업별 노동수요가 변화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 인구 고령화 영향으로 비대면 서비스업(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 및 보건복지 노동 수요가 크게 증가했는데, 20·30대, 고학력 여성 취업 비중이 높은 업종들이다.
기혼 여성의 취업 증가는 사회 통념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판단이다. 보고서를 쓴 오삼일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팬데믹이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활용과 성평등한 육아 분담을 촉진했다"고 밝혔다. 실제 팬데믹 이후 남녀 모두 유연근무제 활용도가 20%를 웃돌았고, 육아휴직자는 여성은 주춤한 데 비해 남성은 2018년 약 3만 명에서 2020년 약 4만 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시세션에서 시커버리로의 변화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현상이었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결혼·출산·육아가 집중되는 30대에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급격히 감소하는 '엠(M)자 커브 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슷했고, 다른 나라들은 시커버리가 포착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한은은 시커버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비혼 및 만혼 증가, 출생률 하락, 여성 교육 수준 상승, 유연근무제 확산 등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팬데믹 이전부터 여성 노동공급은 증가 추세였기 때문이다. 또 시커버리는 중장기적으로 "노동공급의 양적, 질적 확대로 이어져 잠재성장률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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