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황금연휴에 때아닌 물폭탄이 쏟아졌다. 많은 양의 비가 사흘 넘게 내리니 '이른 장마'가 온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비는 장마와 원인도, 양상도 다른 일시적인 현상이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7일부터 이어진 비로 29일까지 사흘간 누적 강수량이 전국 곳곳에서 200㎜가 넘었다. 전북 익산 함라면의 누적 강수량은 225.0㎜, 완주에는 205.5㎜의 비가 쏟아졌다. 충남 서천에도 219.5㎜가 내리는 등 전북∙충남 지역에 비가 집중됐고, 경상권에도 누적 강수량이 100㎜를 넘는 곳이 많았다.
특히 29일 일부 지역은 관측 이래 가장 많은 5월 일 강수량을 기록했다. 전북 군산에는 이날 143.7㎜의 비가 한꺼번에 내렸고, 임실(106.9㎜), 정읍(97.0㎜), 충남 금산(95.0㎜)과 경남 함양(60.2㎜)도 역대 5월 중 가장 많은 비가 내린 하루였다.
다소 긴 기간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는 점에서 이번 비는 장마와 유사해 보이지만 그 원인은 전혀 다르다. 이번에는 여름 몬순(Monsoon)이 시작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온난 습윤한 공기인 몬순류가 몰려왔다. 몬순이란 대륙과 해양의 온도차로 인해 계절에 따라 바람 방향이 바뀌는 현상으로, 여름에는 주로 고온다습한 열대 해양기단이 내륙으로 몰려온다. 이처럼 다량의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한반도 북쪽에서 확장하며 남하하는 건조한 대륙성 열대기단과 만나 비구름이 형성됐다. 여기에 남동쪽에서 버티고 있는 저기압이 더해지면서 정체전선이 형성돼 비가 내렸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반면 장마의 경우 북태평양 고기압으로 대표되는 아열대 기단이 확장하는 과정에서 그 가장자리를 따라 정체전선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비구름대가 발달해 많은 비가 계속 내리는 현상이다.
원인이 다르다 보니 강수 진행 방향도 장마와는 달랐다. 보통 장마 때는 정체전선이 남쪽으로부터 확장해서 북쪽으로 이동해 간다. 남부지방에 먼저 비가 오고 중부지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비의 정체전선은 대륙성 열대기단이 남하하며 생긴 만큼 중부지방에 먼저 비가 오고 남부로 이어졌다.
또 장마를 야기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은 강한 정체로 느리게 이동하며 약 한 달간 영향을 주지만 이번 비는 사흘 안에 그친 것도 차이점이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이번 비는 5월에서 6월로 넘어가기 직전 정체전선 형성으로 인한 일시적인 비로 장마와는 다르다"며 "간혹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이런 정체전선이 발생하고 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자주 있는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비는 31일 오전 제주도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그칠 전망이다. 다만 당분간 대기 불안정으로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올 수도 있다. 31일 이후 전국의 낮 기온은 22~30도로 오르며 여름으로 접어들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