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호텔 2층 주방 화재... 275명 피신
일부 투숙객 "연휴 망쳤는데 숙박료만 환불"...호텔, 보상문제 언급 곤란
대구의 최고급 호텔에서 한밤 중 불이나 일부 투숙객이 택시를 타고 다른 숙소로 옮기는 소동을 벌였으나 호텔 측이 숙박료만 환불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10시26분 쯤 대구 수성구 만촌동 한 호텔 2층 주방에서 불이나 158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10여분 만에 진화됐다. "주방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차량 32대와 인원 96명을 투입해 객실의 문을 직접 두드리며 대피를 유도하며 호텔 일대는 삽시간에 혼란이 빚어졌다.
소방당국은 주방의 기름이 과열돼 불이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2층에서 발생한 연기가 전층에 퍼지는 등 호텔 전체에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면서 투숙객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이날 화재발생 1시간 여 동안 대피 인원은 275명 가량으로 가족단위 투숙객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투숙객들은 호텔 측의 부주의와 사후대처 등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호텔 측이 숙박료만 환불키로 하고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는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대피 당시 투숙객 사이에서는 불이 났다는 방송도 없어 혼란만 커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8층에서 가족들과 투숙한 30대 A씨는 "세수를 하던 중 소방관이 객실을 두드리며 불이 났다고 해서 나왔더니 복도에서부터 매캐한 냄새가 나서 기침도 났다"며 "짐만 급하게 챙겨서 호텔 슬리퍼를 신고 내려와 그길로 택시를 타고 다른 숙소를 급히 잡으면서 연휴를 망쳤다"고 말했다.
해당 호텔 측은 객실료를 환불하는 등 조치에 나섰으나 자세한 내용은 함구했다. 호텔 관계자는 "객실료를 돌려주는 것 외에 추가적인 대처나 방안 등은 언급하기 어렵다"며 "내부적인 방침 상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객실료 환불과 추가피해보상도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객실 수 342개, 지상 9층 지하 2층 2개동 규모인 해당 호텔은 지난 2015년 11월 외식전문기업이 인수해 대규모 개·보수공사를 거쳐 식당과 웨딩홀 등을 재단장했다. 이 호텔은 지난 2015년 5월15일에도 한 50대 남성이 호텔 별관 로비 1층에 20리터 휘발유 6통을 뿌린 뒤 불을 지르면서 호텔 내부 165㎡을 태우고 투숙객 등 26명이 연기흡입으로 병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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