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한미에서 9월 17일까지 열려
초점이 흔들린 사진은 ‘사진의 기초도 모른다’는 평가를 듣기 일쑤다. 그러나 때로는 그러한 고정관념을 거부함으로써 대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 당대의 ‘예쁜 사진’에 대한 관습적 사고를 거부하고 군중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었던 현대 사진의 거장 ‘윌리엄 클라인’의 작품을 한데 모은 전시 ‘디어 폭스(DEAR FOLKS)’가 서울 종로구 뮤지엄한미에서 이달 24일부터 9월 17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96세를 일기로 별세한 클라인의 첫 유고전이다. 클라인은 미국 뉴욕 등 도시를 촬영한 사진가, 패션잡지 보그와 협업한 사진가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지만 그는 사실 다른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회화와 디자인, 영화, 책 디자인 등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한 그의 이력은 사진에서도 ‘금기’를 깼던 모습과 닿아 있다. 뮤지엄한미가 7년 전부터 준비한 이번 전시에는 그의 작업 가운데 핵심 작품들을 모았다. 사진과 영상, 책 등 작품 130여 점과 자료 40여 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는 모두 8개 장으로 구성됐다. 먼저 첫 장인 ‘황홀한 추상’에서는 회화와 사진을 접목한 추상사진들을 선보인다. 클라인은 뉴욕에서 태어나고 그곳에서 10대를 보냈지만 1944~1946년 독일과 프랑스에서 군 복무를 한다. 이후 프랑스에 정착하면서 입체주의 회화로 유명한 화가 페르낭 레제를 사사한다. 클라인의 추상사진들은 이 당시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대부분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암실에서 인화지에 빛을 비춰서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대가의 초기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클라인의 이름을 알린 도시 연작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뉴욕’과 ‘도시의 사진집’ 장에서는 뉴욕을 비롯해 파리, 로마, 도쿄 등지에서 촬영한 사진들이 전시됐다. 흑백의 대비가 강렬하고 초점이 흔들릴 정도로 피사체에게 가까이 가서 찍은 사진들이다. 클라인은 뉴욕이란 도시와 군중을 찍은 사진집으로 명성을 얻는다. 뮤지엄 관계자는 “그는 35mm 소형 카메라와 28mm 렌즈를 활용해 정말로 군중과 살갗을 부딪힐 정도로 가까이에서 촬영했다”고 특징을 설명했다. 클라인은 실제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사진의 입자와 콘트라스트, 암부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기존의 사진 구성을 무시하고 내 방식대로 재구성했다. 카메라를 야수처럼 흔들며 혹사시켰다. 내가 보기에 정갈하고 정교한 기술은 뉴욕에 어울리지 않았다. 내 사진들이 일간지처럼 시궁창에 처박혀 나뒹구는 것을 상상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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