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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채용' 선관위 두고 충돌... 여 "노태악 위원장 사퇴" vs 야 "총선용 정치 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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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채용' 선관위 두고 충돌... 여 "노태악 위원장 사퇴" vs 야 "총선용 정치 술수"

입력
2023.05.29 19: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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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관리' 노 위원장 거취 두고 이견
국민의힘 "文정부 알 박기 인사" 시각 강해
민주당 "여당의 노골적인 선관위 장악 시도"
노 위원장, 모레 특별채용 의혹 입장 발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제12회 유권자의 날인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제12회 유권자의 날인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직 고위 간부 자녀의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두고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가려져 있던 선관위 내부의 도를 넘는 도덕성 해이가 최근 잇따라 드러난 것을 계기로, 국민의힘은 선관위 조직의 대수술과 동시에 노태악 선관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를 장악하려는 정치적 술수"라며 맞서고 있다.

與 "책임 방기 노태악 사퇴" vs 野 "도 넘는 인사 개입"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선관위 관련 의혹에 대해 "자녀 특혜 채용의 시작부터, 자체 감사와 사퇴에 이르기까지 '꼼수와 특혜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매일 같이 선관위의 문제가 보도되고 국민적 분노는 커지고 있지만, 아직도 사퇴는커녕 그 흔한 유감 표명 한마디 없다"며 "책임을 방기하는 노태악 선관위원장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사퇴를 요구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페이스북에서 "선관위의 비대한 특권에 대한 대수술은 물론 정치적 중립을 위한 외부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선관위를 자정불가, 회생불능의 위독한 지경까지 방치한 노 위원장이 하루빨리 거취를 결단해야만 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여권에선 지난 25일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의 공백과 관련해 "내부 승진이 아닌 외부인사 발탁으로 채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23일 당시 박찬진(오른쪽) 선관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의 모습. 뉴스1

지난 23일 당시 박찬진(오른쪽) 선관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의 모습. 뉴스1

국민의힘이 노 위원장의 거취를 정조준하는 데는 내년 4월 총선 관리를 맡은 선관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노 위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사전투표 부실관리로 물러난 노정희 전 위원장 후임으로 2022년 5월 취임했다. 중앙선관위원장은 입법·행정·사법부에서 각각 3명씩 지명한 중앙선관위원들이 호선하는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4월 노 위원장을 사법부 몫 중앙선관위원으로 지명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알 박기 인사"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선관위의 특혜 채용 의혹에는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는 문제"라면서도 노 위원장 거취 압박에 대해선 "여당의 정치적 장악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 행안위원들은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은 선관위 인사 문제에 도가 넘는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선관위 장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자녀 특혜 채용이) 노 위원장 임기 중에 발생한 일이 아닌데도 무조건 책임을 지라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직하고, 지역 법원장이 지역 선관위원장을 맡는 관행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비상근으로 선관위원장을 맡다 보니 선관위 업무에 전념할 수 없고 자녀 특혜 채용과 같은 내부 비리에 대한 파악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빠 친구' 면접관이 높은 점수... 사무총장·차장 의원면직 논란

선관위 전·현직 간부의 자녀 특혜 채용과 관련해 해당 자녀들이 면접 과정에서 '아빠 동료'들로부터 고득점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여권에 따르면 김세환 전 사무총장 자녀의 선관위 경력채용 면접엔 내부 위원 3명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모두 김 전 사무총장과 인천시위원회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이 중 2명은 김 전 사무총장 자녀에게 5개 평가항목에서 모두 최고점인 '상'을 줬고, 나머지 1명은 4개 항목에 '상', 1개 항목에 '중'을 부여했다. 신우용 제주 상임위원 자녀의 채용 면접에도 '아빠 동료' 2명이 참여했다. 1명은 5개 항목 모두 '상'을, 다른 1명은 '상' 3개, '중' 2개를 줬다. 경남도선관위에 경력 채용된 총무과장 자녀 면접에도 경남도선관위 직원 2명이 참여해 각각 '상' 4개, '중' 1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는 30일부터 이틀간 긴급위원회의를 열기로 했다. 30일에 선관위 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31일에는 특별감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에 대한 면직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두 사람 모두 정무직 공무원에 해당돼 '내부 감사를 받을 때 의원면직(본인 의사에 따른 면직)이 불가능한' 국가공무원법 퇴직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이 경우 자녀 채용이 부적절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공무원 연금 박탈 등 실질적인 징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 위원장은 31일 회의 후 선관위를 둘러싼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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