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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중 전화 반복해 공포 유발했다면 스토킹 처벌해야" 대법 첫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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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중 전화 반복해 공포 유발했다면 스토킹 처벌해야" 대법 첫 판단

입력
2023.05.29 17:3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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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간 28회 부재중 전화와 한 차례 통화
2심 무죄... "말·글, 피해자에게 도달 안 해"
대법 "피해자 두텁게 보호해야" 파기환송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반복적으로 부재중 전화를 남겼거나 전화를 걸어 아무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꼈다면 스토킹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10~11월 자신과 관계를 끊으려는 여자친구 B씨를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에게 욕설과 함께 '죽어봐야 저승을 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부재중 전화를 28차례나 남겼다. A씨는 자신의 휴대폰이 차단당하자 제3자 휴대폰으로 전화해 B씨와 통화하기도 했다.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말·부호·음향 등을 도달하도록 했다면 스토킹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항소심은 1심과 같은 형량을 유지하면서도 전화와 관련한 혐의는 "스토킹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8번의 부재중 전화에 대해선 "전화를 걸었다는 것만으로는 A씨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B씨에게 '음향'을 보냈다고 할 수 없다"며 "B씨의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가 표시됐더라도 이는 휴대폰 자체에서 나오는 표시에 불과하고 '글'이나 '부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차례 통화에 대해선 "통화 내용이 밝혀지지 않는 한 A씨가 '말'을 도달하도록 해서 불안감을 일으켰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그러나 전화와 관련된 혐의도 모두 유죄로 보는 게 맞다고 봤다. 부재중 전화에 대해선 "A씨가 전화를 걸어 B씨 휴대폰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해서 불안감을 일으켰다면 전화가 이뤄졌는지와 상관없이 스토킹"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특히 "피해자가 전화를 수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스토킹에서 배제하는 건 우연한 사정에 의해 처벌 여부가 좌우되도록 하고 처벌 범위도 지나치게 축소시켜 부당하다"며 "피고인이 의사에 반해 반복적으로 전화를 시도하는 행위로부터 피해자를 신속하고 두텁게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①가해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전화를 했다면 피해자가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불안을 느낄 수 있고 ②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한 차례 통화에 대해서도 "통화 내용이 밝혀지지 않거나, 피고인이 피해자와 전화 통화 당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와 지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전화 자체가 불안감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되면 스토킹"이라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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