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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서 문 열렸지만 다행히 사람·짐 튕겨 나가지 않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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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서 문 열렸지만 다행히 사람·짐 튕겨 나가지 않은 까닭은

입력
2023.05.27 04:30
수정
2023.06.02 00:22
6면
0 0

비행기 납치 테러 영화에선
승객·짐 상공으로 순식간에 빠져나가

26일 제주에서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30대 남성 이모씨가 착륙 전 비상문을 강제로 여는 사고가 발생해 일부 탑승객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오후 비상문이 개방된 채 대구공항에 착륙한 항공기가 사고 관련 조사를 위해 계류장에 대기하고 있다. 뉴스1

26일 제주에서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30대 남성 이모씨가 착륙 전 비상문을 강제로 여는 사고가 발생해 일부 탑승객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오후 비상문이 개방된 채 대구공항에 착륙한 항공기가 사고 관련 조사를 위해 계류장에 대기하고 있다. 뉴스1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시아나항공기 비상 출입문 개방 사고 당시 출입문이 상공에서 어떻게 열렸는지 등 의문점이 적지 않다. 비행기 재난 영화에선 이 경우 눈 깜짝할 새 승객과 짐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장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Q1. 영화와 달랐다는데

영화 '비상선언'은 여객기가 급강하할 때 비행기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감 나게 그려낸다. 쇼박스 제공

영화 '비상선언'은 여객기가 급강하할 때 비행기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감 나게 그려낸다. 쇼박스 제공


영화에선 주로 높이 날고 있는 비행기가 미사일 공격을 받거나 비행 물체가 충돌해 테러가 발생한 상황을 그린다. 이때 비상구가 열리는 게 아니라 비행기 동체의 한 부분이 뚫린다. 높은 고도에서 사고를 당한 비행기에선 안팎의 기압 차를 이기지 못해 승객과 짐이 쏟아져 나간다.

반면 이날 사고에서는 그런 무시무시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선 승객과 짐이 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은 이유는 이모(33)씨가 항공기 출입문을 개방할 당시 착륙 시도 중이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26일 제주를 떠나 대구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124편의 좌측 세 번째 비상 출입문이 열린 시점은 착륙을 앞둔 낮 12시 35분쯤. 점차 고도를 낮추던 이 비행기는 약 213m로 땅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비행기가 낮게 나는 까닭에 기체 안팎의 기압 차가 크지 않았다. 탑승객들과 기내 짐이 밖으로 날아갈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Q2. 비상 출입문은 열기 쉬울까

26일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착륙 직전 출입문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해 12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사진은 해당 항공기의 모습. 뉴시스(사진=독자 제공)

26일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착륙 직전 출입문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해 12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사진은 해당 항공기의 모습. 뉴시스(사진=독자 제공)


그렇다면 비상 출입문은 쉽게 열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다르다. 비상 출입문은 비상상황에서 승객이 열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일반인도 방법을 알면 얼마든지 열 수 있다. 실제 비상 출입문 좌석을 예약하면 승무원으로부터 안내문을 따로 건네받는데 여기에는 "비상시 승무원을 도와 승객들의 탈출을 도와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①손잡이 건드렸을 뿐인데 비상 출입문이 열렸다?


그러나 단지 비상 출입문 손잡이(레버)를 건드리기만 했는데 출입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상시 열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손잡이에 힘을 주지 않으면 쉽게 열리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등에 따르면 이날 승무원들은 착륙을 앞두고 복도 건너편에서 안전띠를 하고 있었다. 이씨가 문을 열려는 몸짓을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해 다가갔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출입문 앞에 승무원 대기 좌석이 있는 대형 항공기와 달리 이 여객기는 소형기인 에어버스 A321-200 기종이어서 비상 출입문 근처에 승무원이 없었다.


②착륙할 때 VS 하늘에서 날 때


비상 출입문을 열기 위해 힘을 줄 때는 어떨까. 이때도 늘 열리는 것은 아니다. 비행기가 높이 날고 있을 땐 바깥 압력이 높아 안에서 비상 출입문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비행기가 고도 6,096~9,144m에서 순항하고 있을 땐 바깥 압력이 훨씬 높아 기내와 기압 차가 크다"며 "안간힘을 써도 비상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약 305m보다 높을 때는 내외부 압력 차가 커 문이 열리지 않지만 이 사고가 일어난 200m대 높이에선 압력이 비슷해졌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운항 매뉴얼을 보면 특정 고도 이하에선 비행기가 날고 있어도 비상 출입문 개폐가 가능하다는 안내는 따로 없다"면서도 "통상 비행기가 운항하는 3,048m 이상에선 기내에서 여는 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행기가 착륙해 땅에 닿거나 이날처럼 지상과 가까워졌을 땐 비상 출입문을 열 수 있다. 이날 문을 열고 착륙한 여객기도 처음엔 문이 조금 열렸다가 거센 맞바람을 받아 활짝 열린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기내 비상 출입문 관련 사고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9년 9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한 승객의 비상 출입문 개방 시도로 회항했다고 한다. 문이 열리진 않았지만 기체에 에러 메시지가 떠 이륙 네 시간 만에 돌아간 것이다. 2017년 2월에는 비상 출입문 레버를 화장실 문 손잡이로 착각한 승객의 실수로 인천발 베트남행 대한항공 여객기 출입문이 열려 두 시간 넘게 이륙이 늦어진 일도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A321-200 기종의 여러 비상 출입문 좌석 중 (이씨가 탄 좌석은) 안전띠를 풀지 않아도 비상구 레버에 손이 닿는 자리"라며 "내부 논의 결과 앞으로 해당 좌석은 판매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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