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1만2000원 돼야 생계 가능"
경영계 "위축된 기업 지불능력 고려해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의 2차 전원회의에서도 노동계와 경영계의 첨예한 신경전은 계속됐다. 최저임금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노동계와 동결을 주장하는 경영계 간 '장외전'도 이어졌다.
최저임금위원회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2차 전원회의에서는 지난주 공개된 최저임금 심의기초자료인 생계비 통계를 놓고 양측의 의견이 갈렸다. 한국통계학회가 작성한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의 월평균 실태생계비는 241만1,320원으로 전년(220만5,432원)보다 9.3% 증가했다. 5% 이상 뛴 소비자물가 상승률 영향이 컸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24.7% 인상된 시간당 1만2,000원(209시간 기준 월 250만 원)으로 주장하고 있는 노동계는 해당 자료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현재 시급으로 계산한 월급 201만 원은 지난해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에도 한참 못 미치는 임금"이라며 "생활비를 줄이고 줄여 끼니까지 굶어야 하는 청년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고, 공공요금을 비롯한 치솟는 물가를 고려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해당 통계는 월 소득 700만~800만 원인 고임금 계층의 소비 지출까지 포함해 산출된 평균값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심의자료로 활용되기에 적절치 않다"라며 "상식적으로 최저임금 심의에는 정책 대상인 저임금 근로 계층의 생계비를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고 가장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류 전무는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기업들의 지불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최저임금미만율이 업종별로 최대 34%포인트 격차를 보이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구분 적용도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위원회는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를 시간급으로 정하되 월 환산액(월 209시간 근로 기준)을 병기하는 것으로 합의했고 다음 회의에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올해 실시한 현장 의견 청취 결과 등도 검토했지만 노사 양측 생계비 산출안은 제출하지 않았다.
장외전도 치열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이 포함된 '최저임금 1만 2천 원 운동본부'는 이날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원회의 심의 내용 공개를 촉구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우리는 우리의 임금이 결정되는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알 권리가 있다"고 발언했다.
노동계 요구에 따라 2차 전원회의에서는 회의 공개 수준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위원회는 현행 공개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전국 지회장단은 같은 날 오후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세희 연합회장은 "최저임금마저 인상되면 나홀로 운영으로 버텨 온 소상공인들이 더는 버틸 수 없을 것"이라며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에서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환현목 세종시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그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만 늘고 소비자들은 골목상권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라며 "현실에 대한 정부 대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일률적인 인상에 찬성할 소상공인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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