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비껴갈 수 없는 과도한 정치팬덤
이 문제 해결 없인 민주당 쇄신 무의미
당사자인 이재명 대표만이 풀 수 있어
‘김남국 코인 거래’는 우리 정치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스캔들로 남을 것이다. 수사를 해봐야겠지만 그 많은 혐의를 다 피해 가긴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이태원 참사를 다루는 상임위에서 정부 관계자들을 질타하는 틈틈이 코인 거래한 행위는 엽기적이다. 당에서 조사한다니까 “곧 돌아오겠다”고 나간 뒤의 장기 잠행도 처음 보는 행태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도 그렇다. 일부가 주장하는 관행은 지역구 운영비 지원 정도다. 이건 당대표 선출을 놓고 거래한 매표행위다. 10여 년 전 한나라당에서 같은 일로 국회의장이 사퇴하고 사법처리까지 됐던 중대범죄다.
백 번 양해해 일개 의원의 일탈이나 정치관행이라고 쳐도 문제는 당의 반응과 대처방식이다. 초기부터 검찰에 화살을 돌려 상투적인 피해자론에 기대려다 사과와 조치의 타이밍을 놓쳤다. 지지자들 중심으로 도리어 옹호론이 확대됐다. 음주운전을 하고도 표적단속이라고 경찰에 대드는 격이다. 현재의 민주당 주류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풍경이다. 그 기저에 이른바 '개딸'(멸칭 아닌 그들이 만든 명칭이다)로 대표되는 강성지지자들이 있다.
이제 정면으로 거론할 때가 됐다. 단언컨대 민주당 쇄신의 시작과 끝은 당을 휘어잡은 개딸 세력과의 분명한 거리두기다. 이 문제를 비껴가는 쇄신론은 의미 없다. 당내 개혁을 말하고 대표 체제에 불안감을 드러내면 문자폭탄 등을 통한 무자비한 언어폭력, 신상털이에 노출되고 ‘수박’으로 매도되는 판국이다. 몇몇 가짜 당원 문자 따위로 희석될 상황이 아니다.
정치에서 과도한 팬덤문화가 위험한 건 합리적·비판적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이다. 열광하는 인물에 대한 자기동일화, 확증편향성, SNS의 집단 익명성 등에 기반한 맹목지지가 타자에 대한 지독한 배타성과 혐오, 공격성으로 발현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게 지금 밖에서 보는 개딸의 이미지다.
그들의 눈치를 보는 국회의원들 입에서 “도덕성은 불필요한 족쇄”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게 정치인이 뱉을 소리인가. 그러면 고립이다. 그들만의 논리에 빠진 사이 상식과 유리되고 여론의 주류에서 밀려나는 자해적 결과로 귀착된다. 조국의 섬에 갇혀 정권의 추락을 자초한 것도 그 때문이었음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뿐만 아니다. 과도한 팬덤은 민주당뿐 아니라 전체 정치판을 왜곡시킨다. 다수의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극단세력과 그에 의존하는 야당이 있는 한 현 정권은 애써 자기개혁을 하고 여론을 살필 필요가 없다. 정치는 경쟁을 통해 상대적 우위를 추구하는 행위다. 민주당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현 정권이 아무리 헛발질을 한들 비교우위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 민주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불행한 국민을 위해 하는 말이다.
귀결점은 다시 이재명 대표에게 닿는다. 정치변방에서 강성지지자들을 발판 삼아 거대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 국회의원, 당대표까지 된 그에게 가장 큰 정치기반을 허물라는 주문이 먹힐 수 있을까. 그가 몇 차례 개딸에 자제를 당부하긴 했어도 가짜 당원 문자와 관련한 당사자에게 회심의 반격을 날린 데서 그의 의중이 드러난다.
마침 이 대표는 며칠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민주주의의 퇴행을 개탄했다. 당내에서조차 비민주적 행태가 만연한데도. 노 전 대통령의 말을 빌린 ”깨어 있는 시민들과 함께 조직된 힘으로”에서도 강성지지자들의 이미지가 겹쳐졌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개딸 문제 해결 없는 민주당의 쇄신론은 공허하고, 그걸 해낼 수 있는 이는 그들의 숭배 대상인 이 대표밖에 없는 게 현실이니. 어쨌든 이번만큼은 그의 ‘사이다’ 같은 쇄신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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