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국립특수교육원과 상상체험 버스 운영
SK텔레콤, 장애학생에게 키오스크 사용법 교육
지하철·버스 이용하는 방법도 가르쳐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살아가길"
저도 이제 햄버거 주문할 수 있어요. 배워보니까 별로 안 어려운데요.
서울양강초 특수학급 학생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양강초등학교에 파란색 배경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그림이 그려진 버스 두 대가 들어섰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운동장에 천막을 치더니 그 아래에 무인주문기(키오스크) 한 대를 설치했다. 장애학생 몇몇이 기계 앞으로 다가오자 어른들은 키오스크 사용법을 천천히 알려줬다. 학생들은 설명에 따라 버튼을 꾹꾹 눌러보며 조금은 긴장되면서도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애학생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길 바라며"
이날 학교를 찾은 버스는 국립특수교육원과 SK텔레콤이 함께 만든 '상상체험 버스'다. 장애를 가진 특수학급 학생들에게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는 방법이나 지하철·버스 이용 요령 등을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버스 내부에는 가상(VR)·증강(AR) 현실 기계는 물론 홀로그램, 인공지능(AI) 체험 시설이 갖춰졌다. 장애학생들이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무리 없이 일상을 살아가고 집이나 학교 정규교육 과정에서 쉽게 놓칠 수 있는 생활교육을 하는 것이 목표다.
양강초도 이 같은 이유에서 키오스크 교육을 신청했다. 김수정 교장 선생님은 "키오스크나 대중교통 이용법은 일상활동임에도 장애학생들이 쉽게 배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장애가 있어도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 먹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있어야 하고 버스나 지하철도 타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일곱 명의 장애학생들은 패스트푸드와 분식, 한식, 카페, 아이스크림, 휴게소, 푸드코트와 같은 다양한 상황에서 기계를 쓰는 법을 배웠다. 버스 내부에선 지하철, 열차, 고속버스, 비행기, 여객선 예매를 직접 해볼 수 있는 콘텐츠를 활용했다. 교실 안에서는 노트북과 스마트패드, 닌텐도 같은 기계를 직접 만져보고 사용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장애학생들은 "주문 기계를 써보진 않고 바라만 봤었는데 이젠 직접 주문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하철이나 버스도 혼자 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요" 등 좋은 반응을 보였다.
눈에 띈 점은 교육 현장에 장애학생뿐만 아니라 관심을 보인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함께했다는 점이다. 김 교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분리된 채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장애학생들이 교육에 참여해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SKT, 장애학생 교육 콘텐츠 개발 전담팀 운영
SK텔레콤은 장애학생 교육에 꽤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회사 조직에서 약 3년 전부터 환경·사회적 역할·지배구조 개선(ESG) 부서 안에 '소셜 교육팀'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은 김황 팀장을 중심으로 10명의 팀원이 장애학생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제 콘텐츠로 만든다.
김 팀장은 "교육 관련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팀원도 있고 이 일을 해보고 싶다고 자원한 팀원도 있다"며 "상대적으로 일상생활과 관련된 교육을 놓칠 수 있는 장애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학생들이 키오스크를 잘 쓰지 못해 식당에서 뒷사람 눈치를 보기도 하고 주문을 포기하는 상황도 많다"며 "아이들이 이런 불편한 상황을 겪지 않게 전국 40여 개 학교를 대상으로 꾸준히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회사는 6월 중 상상체험 버스가 방문할 나머지 학교를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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