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집권당 과반 만들어 줄 독특한 선거제
② 재임 중 '경제 성과' 총리에 대한 기대
그리스가 다음 달 25일(현지시간) 2차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지난 21일 실시된 총선 결과를 인정하면서 또다시 선거 정국에 돌입하게 된 셈이다.
불과 한 달 만에 2차 총선을 치르게 된 사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신민주주의당(신민당)은 1차 총선에서 40.79% 득표율을 기록했다. 2위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20.07%)보다 20%포인트 이상 앞서는 압승이었다. 다만 전체 의석 300석 중 146석을 확보, 과반(151석)에 5석 모자라는 게 문제였다.
정부를 꾸리려면 다른 당과 손잡고 연립정부를 꾸려야 하지만 신민당은 단독 집권을 원했다. 이에 연정 구성 시도 없이 정부 구성권을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대통령에게 반납했다. 제2, 3당도 차례로 정부 구성권을 포기했다. 헌법에 따라 사켈라로풀루 대통령은 재총선 날짜를 6월 25일로 확정하고, 그때까지 정부를 이끌 임시총리로 이오아니스 사르마스 전 감사원장을 임명했다.
집권당, 5석만 추가 확보 시 '단독 집권'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그러나 그리스 차기 지도자 확정이 1개월 후로 유예된 상황에서도 시장은 반등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선거 결과가 나온 22일 그리스 종합주가지수는 6.5% 상승했다. 국립그리스은행 주가가 15% 이상 오르는 등 금융주가 특히 큰 폭으로 뛰었다. 10년 만기 국채 가격도 오르면서 수익률은 19일 4.013%에서 3.883%로 내렸다.
①이러한 현상은 그리스 특유의 선거 제도와 연관이 있다. 현재 상황에서 2차 총선은 '불확실성'과는 거리가 멀다. 2차 총선에서 1당이 되면 득표율에 따라 최대 50석을 '보너스'로 챙길 수 있다. 1차 총선에서 신민당이 다른 당들을 완전히 압도했다는 점에서 대이변이 없는 한 2차 총선에서도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5석 이상만 확보하면 되는 신민당이 가뿐히 단독 집권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②미초타키스 총리의 재집권 가능성에 그리스 경제 부흥 기대감도 커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장기 불황 속에서 2019년 집권한 미초타키스 총리는 재정 건전성 확보에 주력했다. 시리자가 이끈 전임 정부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정부 지출을 대폭 줄였고, 법인세 하향 등 친기업 정책에 공을 들였다.
실제로 재임 기간 중 각종 지표도 긍정적이었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그리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21년과 지난해 각각 8.4%, 5.9%를 기록했다. 유로존(국가 통화로 유로를 도입해 사용하는 지역) 상위권이다. 부채 규모도 줄었다. 지난해 GDP 대비 정부 부채 규모는 171%였다. FT는 "(정부 지출이 확대된)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206%까지 치솟았던 것을 단기간에 줄였다"고 평가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S&P 글로벌이 최근 그리스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에서 '긍정'으로 상향하는 등 우호적 평가도 이어졌다.
열차 사고·도청 의혹 등 악재에도 '경제' 택한 민심
1차 총선에서 신민당에 표심이 쏠린 것도 경제적 성과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는 "올해 2월 열차 정면충돌 사고로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이 드러나고, 지난해 총리실이 도청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신민당이 선두를 유지했다"며 "이는 '기업친화적 의제를 완성하겠다'며 재선에 도전한 미초타키스 총리에 대한 신임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실업률 완화, 외국인 투자 확대 등 경제 공약에 방점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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