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아인 구속영장 재신청 검토... '코카인 투약' 시기 특정

"대마 혼자 흡연"→"여럿 흡연" 진술 바꿔
일부 혐의 인정 전략 변경, 구속 면한 배경
경찰, 코카인 투약 입증 자신...영장 재검토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24일 밤 구속영장이 기각돼 서울 마포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이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37ㆍ본명 엄홍식)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씨가 일부 혐의는 인정했으나 형량이 가장 센 코카인 투약 혐의는 계속 부인하는 데다, 증거인멸 우려도 여전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민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피의자가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범행 관련 증거가 상당수 확보됐고 △유씨가 기본적 사실관계를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으며 △대마 흡연을 반성하고 있다는 점 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던 유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땐 다수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론 전략을 바꾼 게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 소환조사 당시 줄곧 “혼자 대마를 흡연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는데, 영장심사에선 “여러 명과 피웠다”고 진술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영장심사 전에도 “혐의를 상당 부분 인정한다. (마약 투약을) 후회하고 있다”면서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일부 대마 흡연 혐의만 시인했을 뿐 프로포폴, 케타민 투약은 의료 목적이란 주장을 반복했다. 가장 관심이 많은 코카인은 아예 투약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언론을 통해 해당 사실을 말하긴 어려움이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경찰은 유씨의 코카인 투약 시기를 특정할 만한 증거도 확보해 구속영장 신청 때 첨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원은 “코카인 사용은 다툼의 여지를 배제할 수 없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모발 등에서 마약류가 검출돼도, 투약 시기와 방법을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로 보는 판례를 확립하고 있다. 영장 전담 재판부가 해당 판례의 취지를 엄격하게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한 뒤 보완 수사를 진행해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말 유씨의 프로포폴 처방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올 2월 유씨 신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결과, 그의 모발에서 4종의 마약류(대마 프로포폴 코카인 케타민)가 검출됐고, 수사 과정에서 의료용 마약류 졸피뎀 오ㆍ남용 정황도 드러났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